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의 모습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감소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며칠 새 급격히 증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와 관련, 실수요가 막판 유입됐다는 등 추측성 분석들이 나왔으나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급증한 거래 대부분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부동산투자회사 간의 장기전세주택 소유권 이전 계약으로 민간 거래 추세와는 상관 없는 것이었다.  

3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12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26일 기준)은 총 7604건을 기록했다.

불과 1주일 전 기록인 4342건(19일 기준)에서 3262건, 약 75% 증가한 것이다. 일평균 거래량도 229건에서 293건으로 크게 늘었다.

특이한 것은 지난달부터 정부규제와 부동산시장 악재 등의 영향으로 거래 감소가 심화되는 가운데 거래가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까지만 해도 서울 아파트 일평균 거래량은 229건을 기록, 전월(일평균 370건) 대비 38.2%, 전년(일평균 263건) 대비 13% 감소하며 뚜렷한 위축세를 보였다.    

일부 언론들은 일평균 거래량을 이용해 서울 아파트 거래 감소세가 심화돼 전년 수준에도 못미치게 됐다고 전했다. 매월 중순 정도가 지나면 통계적으로 거래 추세를 어느정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 막바지에 거래량이 크게 늘면서 이달 서울 아파트 일평균 거래량은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어버렸다. 

거래가 갑자기 늘자 갖가지 분석이 제기됐다. 데이터 집계에 오류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과 내년부터 시행되는 대출규제를 피해 막판 실수요가 몰렸다는 분석 등이다.

확인 결과 SH가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에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소유권을 대량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상 주택은 강남 세곡과 송파 마천, 강동 강일, 구로 천왕, 마포 상암 등 총 14개 지구, 28개 단지에 속한 2431가구다.

SH는 지난 19일 '서울리츠임대주택제3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와 2431가구에 대한 양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이후 순차적으로 거래 신고가 진행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한 것이다.

SH가 시프트를 리츠에 승계하는 이유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시프트는 월 임대료를 받는 일반 임대주택과 달리 전세 보증금만 받고 계약기간 만료 후 세입자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이 때문에 보증금이 SH 부채로 잡힌다. 이들 주택의 관리주체가 리츠로 바뀌면 부채와 손실 부담이 그만큼 덜어지게 되는 것이다.

SH 관계자는 "장기전세주택 유동화를 통해 SH는 더 많은 국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임대주택 건설 등 또다른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이번 계약으로 임대 사업주체만 리츠로 바뀌었을 뿐 기존 거주자들은 임대조건대로 계속 거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SH와 리츠 간에 체결한 2431가구에 대한 소유권 이전 계약은 민간 거래 추세와는 상관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를 제할 경우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 감소 추세에는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관계자는 "요새 며칠 급증한 거래량은 SH와 투자회사 간에 이뤄진 것으로 개인들의 계약으로 보기 어렵다"며 "12월 민간 거래 추세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를 제외하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