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과 집으로 2017년 새 달력이 속속 배달되고 있다. 하지만, 다가오는 새 해의 모습을 펼쳐보지 못하고 있다. 내년도의 모습을 뒤로하고 ‘대통령 탄핵열차’의 기적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12월은 눈이 많이 내린다는 대설(大雪)이 있고, 낮 시간(日照時間)보다는 밤이 가장 긴 동지(冬至)가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 알랭드 보통(Alain de Botton)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전해야 하는 중요한 통찰은 어둠이 내린 후에 들리는 도시의 교회 종소리처럼 대개 밤이 되어야 찾아온다”고 했다. 21년 만에 쓴 장편소설 <The Course of Love>(김한영 옮김)에서다.

그러면서 그는 밤에 찾아드는 불면증에 대해서 ‘가끔씩 하룻밤정도 지새는 것은 오히려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나 몇 주째 계속되는 불면증은 지옥이다’고 한다. 그리고 ‘불면증은 그가 낮 시간에 그 모든 까다로운 생각들을 애써 회피했던 데 대한 마음의 복수다’고 덧붙인다.

12월 도시의 밤

맞는 말이다. 애써 피했던 생각들이 어두운 12월의 밤 시각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마음의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표출되는 자기변명-

‘나는 잘못한 것이 없어!’

타인들의 눈총을 받을 것이 명확한데도 우리는 그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기 보호본능에 이끌려 스스로를 밀어붙이고, 받은 만큼 되갚아주고, 책임을 전가하고...우리가 나아가는 곳에 대한 달콤한 이미지에 붙박인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독히 편드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The Course of Love>에 들어있는 글귀이나 우리가 요즘 들어 자주 접하는 모습들이다.

요즈음의 흔한 일상(日常). 사람들은 TV나 라디오의 대담프로에 환호한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면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의 프로그램을... 어쩌면 자기를 대변하고 있다는 후련함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은 양상이다. 맨부커 상을 수상한 존 밴빌(John Banville)의 장편소설 <바다>에 나오는 주인공의 말 상대자 대령처럼.

“그는 오후의 대담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국민이라고 일컬어지는 성난 사람들이 전화를 해서 비열한 정치가나 술값 등 언제나 짜증을 일으키는 문제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프로그램 말이다. 벗 삼아.”

이와 더불어 소위 성공한 사람들이 줄줄이 TV화면에 비춰지는 초라한 모습들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또한 잠 못 이루게 하는 요소들이다.

필자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순식간에 녹슬어 폐기물이 되어 버린 부질없는 ‘성공의 소도구’들을 생각해봤다.

‘무엇 때문에 부질없는 성공의 소도구들에게 그토록 매달렸을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성공한 사람들의 부침(浮沈)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TV를 켠 채로 이리 저리 뒤척이다가 저 너머의 미래를 꿈꾸어 본다.

‘정녕 우리에게 그러한 미래가 오긴 오는 것일까.’

어지러운 현재와 불투명한 미래가 혼재하는 가운데 12월의 밤은 불면을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