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이 11월 수주한 '두바이 데이라 해안지역 복합개발'' 조감도 /자료제공=쌍용건설

법정관리를 졸업한 건설사들이 국내외 건설사업을 본격화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법정관리 졸업 1년8개월 만에 해외시장에서만 2조4000억원 넘는 수주고를 올렸다. 이밖에 법정관리 졸업 회사들도 국내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이미 수차례 M&A에 실패한 건설사들은 내년 이후로 매각 일정을 연기하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법정관리 졸업 건설사 가운데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두바이투자청(ICD)을 최대주주로 받아들인 뒤 국제적인 저유가 상황에도 잇따른 수주낭보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4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이후 2조4225억원 규모 해외사업을 수주했다. 사실상 ICD 계열사 자격을 갖추면서 ICD 발주 공사를 중심으로 수주고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졸업 첫해인 2015년 쌍용건설은 두바이에서 1조9000억원 규모 고급건축 프로젝트 3건을 동시에 수주했다. 로얄 아틀란티스 호텔(8억4000만달러)·팜 게이트웨이(3억8600만달러)·A프로젝트(3억7000만달러) 등이다. 베식스(BESIX)·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 등 세계 굴지의 건설사와 각각 조인트 벤처를 구성했으며, 쌍용건설이 주관사를 맡았다.

올해에도 수주 낭보는 이어졌다. 1월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 도심지하철 TEL308공구 공사(3050억원)를 수주한 데 이어 11월 △두바이 데이라 해안지역 복합개발(2000억원) △포레스트우즈 콘도미니엄(1000억원) △아프리카 적도기니 건축공사(300억원) 등을 동시에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국내에서는 △수도권 광역상수도 용수공급 신뢰성 제고사업 제2공구(1327억원) △포항신항 스웰 개선대책 시설공사(813억원)를 수주하며 턴키시장에 재진입했다. 주택시장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5곳, 리모델링 2곳 등 총 5155가구 규모 사업의 시공자로 선정됐다.

졸업 1년여 만에 사업확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운용자산만 170조원에 이르는 ICD를 투자자로 맞이한 영향이 크다. 아랍에미리트(UAE)의 2대 국부펀드인 ICD는 쌍용건설의 지분 94.11%(9월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 두바이 세계 엑스포 관련 공사도 상당 부분을 수주할 것으로 기대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한국과 싱가포르, 두바이를 3대 허브 축으로 연결하는 글로벌 전략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텃밭인 싱가포르의 사업은 물론 △2020두바이엑스포 관련 사업 △ICD 투자 개발 사업 △허브 주변국 진출 △적도기니 등 신규시장 개척 등을 통해 해외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법정관리를 졸업한 동양건설산업도 사업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수기업 이지건설을 흡수합병하는 등 경영 효율성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졸업 이후 두달만에 포항 두호 마리나항만 조성 프로젝트(1946억원)를 수주한 데 이어 최근에는 지역주택조합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서울 성북구 돈암동 지역주택조합 등 6개 사업장에서 시공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워크아웃을 졸업한 금호산업은 자산매각과 주택부문 사업 확대에 힘입어 실적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6월 1224억원 규모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 지분매각을 완료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부산남천 재건축·화성동탄2지구 아파트공사 등 신규수주 확대로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부터 가시화될 공항건설 발주로 외형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 새주인을 찾지 못한 법정관리 회사들은 점차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해외건설과 SOC시장은 물론, 국내 주택경기마저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경남기업은 올해 두차례 매각이 불발되면서 내년 이후로 매각 일정을 미뤘다. 당초 경남기업은 자회사 수완에너지(지분율 70%) 매각이 순항을 보이면서 하반기 M&A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됐지만 건설경기 악화가 발목을 잡았다. 경남기업은 채권변제 등을 통해 인수가격을 낮춘 뒤 내년 상반기 매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두차례 매각에 실패한 삼부토건도 매각 연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인수자 자금여력이 실패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자회사 매각 등 '몸집 줄이기'와 인수자 물색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M&A 시장도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속되는 시장침체 속에서 대우건설 등 건설사 매물이 쏟아질 예정이어서다. 주택시장을 비롯해 공공공사, 해외건설 등 수주물량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악재다. M&A가 장기화될 경우 수주잔고 부족으로 기업가치는 더 악화될 수 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법정관리 회사는 민자사업 독자 수주가 어렵고, 자금조달 능력이 떨어져 컨소시엄 참여도 쉽지 않다"며 "내년에는 시장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몸집을 줄여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