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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발생하면 조직은 즉시 ‘위기관리대책본부’를 만들어야
30년 대기업 홍보 전문가가 진단하는 ‘최순실 사태’ 대응의 문제점과 대책
2016년 12월 05일 (월) 15:59:16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 위기 대응 원칙이 없으니 ‘대통령의 탄핵이나 하야’ 등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지 못해
⊙ 기자회견 마음가짐까지 매뉴얼화(化)한 일본과 우왕좌왕하는 한국
⊙ 홍보맨은 조직의 이미지 향상을 넘어 위기를 관리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최순실 게이트’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2016년 10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사진). 하지만 대통령의 사과는 도리어 역풍을 불러왔고, 열흘 뒤인 11월 4일 두 번째 사과를 하기에 이른다.

  “로베로를 보낸 뒤 처음으로 울었어요. 아이처럼. 호숫가의 한가운데, 희미한 빛의 한복판에서요.”
 
  백수린의 소설 《참담한 빛》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최순실이라는 한 여인에 의해서 온 나라가 흔들리고 있는 어지러운 상황 때문일 것이다. 소설처럼 ‘호숫가의 한가운데, 희미한 빛의 한복판에서 아이처럼 울고 싶은 참담한 심정’이다.
 
  언론학자 티머시 쿰스(T. Coombs)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위기에서 안전한 조직은 없다. 아무리 굳건하고 튼튼한 조직이라도 위기를 맞는다. 비행기 추락·기차 탈선·불법 자금 유용·화재·산업재해·유해물질 발견 등 위기 관련 뉴스가 터진다. 그래서 모든 조직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어떠한 조직도 위기에서 안전할 수 없다. 위기란 무엇인가. ‘위기는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이며, 잘못 대처할 경우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주는 중대한 위협’으로 정의할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의한 대한민국의 상황은 분명히 중대한 위협이다.
 
  그래서 국민의 마음은 매우 급박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일본의 언론인 이토 슌이치(伊藤俊一·63) 씨는 “한국은 대통령 문제로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네요. 지진(地震) 이상의 격진(激震)이군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필자에게 보내왔다. 격진은 진도 7이 넘는 초대형 지진을 일컫는다. 
 
  급기야 대통령이 두 차례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지난 10월 25일과 11월 5일이다. 하지만 언론은 ‘반쪽 사과…. 민심 모르는 박심(朴心)’이라고 일갈(一喝)하고, 야당은 물론 일부 국민도 이에 가세해서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뛰쳐나가고 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중략)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취임 후에 일정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먼저 이번 최순실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중략)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중략)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습니다.(중략)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깊이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대통령의 애절함이 절절하게 담긴 담화문의 일부다. 하지만 국민들의 허탈한 마음을 파고들진 못했다. 무엇 때문일까. 사죄는 했으나 사실관계의 정확한 설명이 없었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재발 방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의 보도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비산(飛散)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회견 전의 준비와 마음가짐까지 매뉴얼화한 일본 

   
 

  일본의 경우를 참고해 본다. 일본의 책임자들은 기자회견을 할 때 준비를 많이 하고, 기자 한 사람을 대할지라도 마음가짐을 바로 한다. 그들은 기자회견 시 ‘5가지의 원칙’을 지킨다. 발언 내용, 태도, 말하는 방법, 표정, 복장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발언 내용이다.
 
  ▲ 회견의 목적과 의의(意義)를 충분히 이해하고, 마음가짐을 바로 한다. ▲ 내가 말하려는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한다. ▲‘내가 무엇을 전할까?’를 확실하게 한다. ▲내용을 보다 가치 있는 것으로 하기 위해서 보다 좋은 회견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일반적인 기자회견의 경우다. 사죄·사실해명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은 그림과 같이 기본적인 흐름도에 따라 더욱 치밀하게 진행한다. 여기에서도 ‘사실관계의 설명’이 대단히 중요하며,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서 위기상황에 대한 의문점을 완전히 해소토록 한다. 또한 기자들이 집요하게 파고드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실을 바탕으로 의혹의 소지가 없도록 완벽하게 대응한다.
 
  특히 사죄·사실해명 시는 ‘진실이 최고의 무기다’는 것을 기본에 깔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명해야 하는가. ‘위기 대응 5원칙’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위기(risk)의 진단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셋째,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넷째, 스피드가 생명이다. 다섯째, 보도가 단기간에 종식되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은 다섯까지의 원칙은 하나하나가 중요한 요소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대응은 이상의 다섯 가지 원칙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관련자들이 ‘최순실씨를 모른다’고 거짓말을 했고, 위기의 평가를 정확하게 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탄핵이나 하야’까지도 생각하는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지 못했으며, 실기(失機)했다. 그래서 보도 기간의 단기 종식은커녕 확대 재생산되어 장기적인 이슈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위기 발생 시 보도 기간 단축에도 원칙이 있다
 
  위기 상황에서의 보도는 가능한 한 빨리 종식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보도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온갖 추측성 기사가 난무할 수 있으며, 본질과 다른 뉴스가 곁가지로 파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도 기간의 단축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첫째, 위기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사죄한다. 둘째, 위기의 원인에 대해 초기에 규명한다. 셋째, 사실 경과에 대해 상세하게 공개한다. 넷째, 재발 방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다섯째, 책임 표명을 명확하게 한다.
 
  보도 기간 단축이 얼마나 주요한지 하나의 예를 들어본다. 2001년에 발생한 일본 도쿄여자의대(醫大) 여아(女兒) 사망사건은 위기 대응의 실패로 보도가 장기화됐던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건은 보도 기간을 단축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데미지였다. 보도 기간이 길어진 것은 위기의 원인에 대한 초기 규명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1년 이상 보도가 계속됐다. 보도의 양(量)을 광고비로 단순 역(逆) 환산하면 약 50억 엔(한화 약 5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기사는 광고에 비해 세 배의 값으로 환산할 수 있기에 결국 150억 엔(1500억원)의 데미지가 산출된다.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네거티브 보도가 장기화되어 대형 대학병원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고, 후생노동성에 의한 특정병원 지정이 취소되고 말았다. 

  이 사건은 의사들의 실수로 12세 아이가 고귀한 생명을 잃은 가슴 아픈 의료사고였다. 그런데 의사들이 사건을 은폐하고 기록을 삭제한 것이 뒤늦게 발각되어 엄청난 사회적 이슈로 비등(沸騰)했던 것이다. 이처럼 위기관리 시 보도 기간 단축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사건을 은폐하고 속여 보도 기간을 단축하려고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솔직한 사죄와 사실 경과에 대한 상세한 공개,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 책임 표명 등을 통해서 빠른 시일 내에 보도가 종식되도록 해야 한다. 
 
 위기 시 비난 대상 발언은 피해야
 
  여기에서 사죄·사실해명(회견)이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를 적시(摘示)해 본다.
 
  첫째, 발표 당사자의 의식이 결여된 무책임한 발언이다. “이 사고는 작은 사고로서 큰 손실이 없습니다” “저는 잘 알지 못한 내용입니다”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토록 무책임한 발언을 반복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의혹만 키울 뿐이다.
 
  둘째, 도망가는 자세의 발언이다. “당국이 조사 중이라서 현재는 할 말이 없습니다” “노코멘트입니다” 등의 발언으로 위기 상황에 대한 원인이나 진행 상황 등을 솔직하게 설명하지 않고 도망가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를 말한다.
 
  셋째, 낙관적인 견해의 발언이다. “잘 해결될 것입니다”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등 사태의 심각성이나 향후 진행될 위기 상황의 확대 등에 대해서 어떠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고, 지극히 낙관적인 견해로 일관하는 기자회견도 비난의 대상이 된다.
 
  이처럼 위기 상황 발생 시 순간을 모면하려는 겉치레식의 해명은 역으로 화(禍)를 자초할 수 있기 때문에 뚜렷한 목적의식으로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또한 기자들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회견은 아예 시행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위기 상황에 처하더라도 솔직한 사죄와 발표는 언론이나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기 때문에 사고 당사자나 조직의 이미지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 아울러 ‘여론의 향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위기의 패러다임이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어서 과거와 같은 수동적이고 안이한 방법으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위기관리(risk management) 능력이 절실한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위기가 발생하면 전 조직을 망라한 ‘위기관리대책본부’를 만들어 대응에 만전을 기한다. 둘째, 위기에 대해 폐해(弊害)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대응을 철저히 한다. 셋째, 위기를 예측해서 미연에 방지하는 대책을 강구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정부·기업)은 즉시 ‘위기관리대책본부’를 만들어야 한다. 이유는 위기 발생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수집하고, 균형 있게 정리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대책본부가 설치되면 대표 대변인을 선임해서 대 언론 브리핑을 수시로 해야 한다. 위기 발생 시 각 언론이 각자의 입장에서 추측성 기사를 쓰는 것은 정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지 못하면 오보가 생겨날 수 있다. 기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먼저 제공해서 오해의 불씨가 싹트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이 대책본부의 역할이다. 요즈음과 같은 정보화 사회에서는 감추거나 덮는다고 해서 사태가 수습되지 않는다.
 
  그리고 ‘위기관리대책본부’는 그동안 보도된 모든 기사를 검색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차후 유사 사태 발생 시에 참고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한번 지나가면 끝이다’고 생각하면서 기록을 남기지 않는 관행이 있다.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서 위기 상황을 철저히 분석하고, 사고처리 기록을 잘 보존해야 한다. 이는 향후 위기 예측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홍보맨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술인이어야
 
  위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불가항력적이라고 하지만, 순서에 입각한 관리가 가능하다. ‘위기의 예측→미연방지→피해 국한(局限)→재발방지의 프로세스에 의해서 관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위기관리에 있어서는 직위에 관계없이 담당자가 본 대로 느낀 대로 직언(直言)을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상관의 의견을 무조건 따르는 것보다 각자가 인지한 상황을 정확하게 상층부에 보고하는 것이다.

  과거 산업 시대의 홍보 담당자는 ‘조직이나 기업을 대중에게 알리는’ 고전적인 선전이나 광고의 범주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산업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단순히 ‘기업이나 조직을 알리는 것’을 넘어 ‘조직이나 기업을 알게 만든다’는 개념이 자리하게 됐다. 그런데 그 개념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홍보가 사회의 여론을 살피며 조직의 비판에 대응하는 위기관리까지 그 영역을 넓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영역은 더욱 진보하고 있다. 위기관리뿐만 아니라, 위기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홍보맨을 ‘기자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지극히 일부분이다. 홍보맨은 조직의 이미지 향상을 넘어 위기를 관리하고 예측할 수 있는 능력자인 동시에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술인(technician)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홍보맨이 조직이나 기업의 홍보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월간조선 2016년 12월호 / 글=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전 팬택 전무(기획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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