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때로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가 접한 것들의 경이로움에 사로잡혀...소설에서 보고 희열을 느꼈던 허구 세계를 현실 세계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낍니다.”

터키의 노벨 문학상 작가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소설과 소설가>(이난아 옮김)의 한 대목이다. 하지만, 작금의 국내외 상황은 작가의 말과 반대로 현실 세계가 더 허구로 느껴진다.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온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한 예(例)이다.

‘트럼프(Trump) 쇼크...전 세계 패닉’

‘미국 우선주의 세계 강타’

‘아웃사이더, 워싱턴 점령’

예상 밖의 선거 결과에 화들짝 놀란 국내 언론들이 쓴 일면 머리기사의 표제들이다. 미국 언론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제 45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사진: 뉴스1)

‘충격적인 승리’

‘대통령 트럼프’

‘공포의 집(House of Horrors)’

눈길을 끄는 것은 반(反)트럼프를 외쳤던 뉴욕데일리 뉴스가 쓴 ‘공포의 집’이다. 이 집은 당연히 백악관을 의미한다.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이 신문은 조난의 의미로 성조기를 거꾸로 달았단다.

부동산재벌인 트럼프(Donald Trump)는 공직의 경력이 없는 아웃사이더(outsider)이다. 아웃사이더(outsider)의 사전적 의미는 인사이더(insider)의 반대어이며 국외자(局外者)이다. 전문적 지식이나 소양이 없는 문외한(門外漢), 품위가 없는 사람, 경마에서의 인기 없는 말(馬) 등을 가리킨다. 이러한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 된 것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일이기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트럼프는 지난 해 6월 대통령 출마선언 이후 폭언, 음담패설, 성추문, 무슬림 입국 금지 등의 악재(惡材)로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렸다. 하지만, 소외된 아웃사이더들의 결집으로 승리했다. 기득권에 대한 반발이 극에 달한 아웃사이더 유권자들이 공격적인 트럼프에게 몰표를 준 것이다. 미국의 언론들은 ‘미국 사회가 극심한 분열과 갈등에 노출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가 줄곧 주장해온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요동을 칠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더욱 불안하다. 일차적으로 한·미 동맹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심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당시 트럼프 회장(좌)과 대우 김우중 회장(우) - 사진 : 리임스튜디오 이문근 대표

특히, 트럼프 진영에는 친한파는 고사하고 지한파도 없어 보인다. ‘가진 것’이라고는 대우가 부동산 재력가 트럼프(Trump)와 손잡고, 17년 전 여의도 등에 세운 주상복합빌딩 ‘트럼프 월드(Trump World)’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소설의 허구가 아니라 현실로 나타난 ‘최순실 게이트’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설의 허구와 현실의 혼돈'으로 넋을 잃은 아웃사이더들의 반란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