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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적이 쓰러지자 오히려 동정심이 가슴속에 퍼져’
엔도 슈사쿠가 소설 <숙적>에서 그린 가토와 고니시의 운명
2016년 11월 07일 (월) 11:12:40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숙적이 쓰러지자 오히려 동정심이 가슴속에 퍼져’
 
“일본의 3대 명성(三大名城)은 오사카성(大阪城), 나고야성(名古屋城), 히메지성(姫路城)을 꼽습니다.”
 
일본인 오쓰보 시게다카(大坪重隆·76)씨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오사카성, 나고야성, 히메지성은 규모에 의한 3대 명성이다. 그러나, 설계자에 의한 3대 명성이 있다. 나고야성, 오사카성, 구마모토성(熊本城)이다. 아무튼,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규슈(九州)의 구마모토 성은 3대 명성의 반열에서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이 성(城)은 임진왜란 당시 제2선봉장이었던 ‘성 쌓기의 명수’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1562-1611)의 작품이다. 가토(加藤)와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1558-1600)에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더듬어본다. 역사는 흘러간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지진 발생전의 구마모토성(사진: 야후재팬)

히데요시(秀吉)의 저울질...경쟁심 부추겨
 
“가토 기요마사에게 구마모토(熊本)를 주고, 고니시 유키나가에게 우도(宇土)를 주겠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규슈를 점령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7-1598)는 어느 날 다이묘(大名)들에게 영지 분배를 발표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휘하에서 어린 시절부터 경쟁해온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와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1558-1600)에게 서로 이웃한 영지를 분배한 것은 무슨 이유 일까. 이것은 단순한 결정이 아니었다. 이들을 경쟁시켜 조선을 침략할 때 ‘두 사람 중 누구를 선봉장으로 내세울까?’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가토(加藤)로 할까? 고니시(小西)로 할까?’
 
히데요시는 그러면서도 인삼 수입 등의 무역으로 조선 사정에 밝은 사카이(堺)의 무역상 집안임을 감안해서 제1선봉장으로 고니시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히데요시의 측근으로 일찍이 두 부류의 젊은 장교들이 있었다. 가토 기요마사(加籐淸正), 후쿠시마 마시라노(福島正則), 가토 요시아키(加藤嘉明)와 이시다 미쓰나리(石田三成),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였다.
 
전자 세 명은 실전을 중시하는 청년 장교였고, 후자 두 사람은 비서업무나 전략 등을 담당하는 참모 격이었다. 이들은 히데요시의 지근거리에서 서로를 경계하면서 질투심을 키웠다.
 
엔도 슈사쿠(遠藤周作, 1923-1996)는 소설 <숙적>에서 ‘가토와 고니시는 서로의 운명을 걸고 싸워야 하는 숙명적 관계였다’고 했다.
 
‘주는 것 없이 밉다’

   
우도성터에 있는 고니시 유키나가의 동상

작가는 소설에서 ‘우리의 인생살이에서도 그와 같은 상대가 반드시 나타나는 법이다‘고 썼다. 교활한 히데요시가 이들의 경쟁심을 부추기면서 실리를 취했을 것이다.

후일 고니시 유키나가는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7천 여 명의 병력을 거느리고 이시다 미쓰나리(石田三成)편에 동조했다. 병력이 우세했던 서군은 이런저런 이유로 예상보다 빨리 전의를 상실했다. 결국, 이시다 미쓰나리의 독단은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이끄는 동군에 의해 쓰라린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고니시 유키나가는 1600년 11월16일(양력). 교토의 6조 가와하라(六條河原) 형장에서 이슬로 사라졌다. 가톨릭 신자였기에 할복(割腹)을 거부하다가 번뜩이는 칼날에 의해 목이 떨어졌던 것이다. 이시다 미쓰나리(石田三成, 1560-1600)와 안코쿠지 에케이(安國寺惠瓊, 1539-1600)가 고니시의 저승길을 동행했다.
 
우도(宇土)성의 몰락...고니시 동생의 할복
 
세키가하라 전투가 마무리될 무렵-
우도(宇土)성의 가을이 짙어가고 있었다. 낮은 언덕에 위치한 성은 많은 나무들로 우거져 있었고, 이름 모를 풀벌레들도 전쟁을 슬퍼하는 듯 구성지게 울었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낙엽들이 뒹굴었다. 전쟁터를 질주하며 포효하던 가토 기요마사도 가을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든지 쓸쓸함으로 몸을 움츠렸다.
 
지루한 전투가 이어지던 순간, 가토 기요마사 군대의 철통같은 감시를 뚫고 두 명의 잠입자가 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기에 가능했다. 그들은 작은 나룻배를 타고 아리아케(有明 )해를 통해 우도성 잠입에 성공했다. 행색은 영락없는 거지꼴이었다. 그들은 고니시의 가신 가토 요시시게(加藤吉成)와 호가 신고(芳賀新伍)였다.
 
“마님! 장군!”

   
묘고지(妙行寺)에 있는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

고니시 유키나가의 부인 쥬스타(세례명)와 유키나가의 동생이자 대리 성주인 고니시 유키가게(小西行景)는 그들의 행색에서 사태를 간파할 수 있었다.
 
가신들은 부르르 떨면서 고니시 유키나가의 친필 편지를 대리 성주에게 전했다. 편지를 펼쳐든 고니시 유키가게의 손도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서군이 동군에게 대패했노라. 더 이상의 농성은 필요 없다. 가토(加藤)에게 투항하라. 단 한 사람의 인명피해가 없도록 해라.”
 
설상가상. 가토 진영해서 전갈이 왔다.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묻겠다. 대리 성주 고니시 유키가게는 할복(割腹)하라. 그러면 모든 사람들의 목숨을 부지해 주겠다.”
 
“도련님! 저들이 패전 소식을 이토록 빨리 알았을까요? 혹시 가토 요시시게와 호가 신고(芳賀新伍)가 먼저 알렸을까요?”
 
“형수님!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들은 절대로 배신할 사람들이 아닙니다.”
 
“하긴...그렇다고 해도 며칠 차이겠지요...괜히 충성스러운 사람들을 의심했군요.”
 
사람이 약해지면 의심도 많아지는 법. 고니시의 부인 쥬스타는 이미 각오하고 있었던 일이기에 더욱 빨리 체념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닥칠 운명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전쟁이라는 무모한 일에 의해서 남편과 같이 살아온 날이 손을 꼽을 정도가 아닌가. ‘이제 하늘에서 남편과 많은 시간을 같이할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기쁨으로 다가왔다.
 
결국 성문이 활짝 열렸고, 고니시 유키나카의 동생 유키가게(行景)의 할복(割腹)으로 경쟁자의 성(城)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

   
낙엽이 딩구는 우도성 터

<청년시절부터 그 사내가 싫었다. 그 사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도 싫었다. 그러나, 그렇게 싫은 사내와 더불어 같은 주군을 섬기지 않을 수 없었던지라 오늘까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살아온 것이다....
 
기요마사(淸正)는 어찌된 영문인지 오랜 세월의 ‘숙적’을 쓰러뜨렸다는 희열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도리어 그 ‘숙적’을 동정하는 기분마저 가슴 속에 퍼졌다. 모든 것이 허무하고, 모든 것이 덧없음을 이때만큼 뼈저리게 느낀 적은 없었다...그는 싸리나무 옆에서 쪼그리고 앉은 채 한참동안 풀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는 경문의 한 구절이 그의 마음속에 뚜렷이 되살아났다.>

   
고니시 유키나가가 축성했던 야쓰시로(八代)의 성터

이 내용은 엔도 슈사쿠(遠藤周作)의 소설 <숙적>을 바탕으로 필자가 직접 역사의 현장을 방문해서 요약ㆍ재구성한 것이다.
 
오늘날 승자의 성(城)은 화려한 모습으로 관광객을 맞고 있으나, 패자의 성(城)은 흔적만 남아 있을 뿐 존재감이 없다.
 
‘인생사 모두 이러한 것일까.’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수많은 경쟁자와 만난다. 그리고, 운명적인 ‘숙적(宿敵)’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선의의 경쟁’이어야 한다. ‘선(善)을 넘어 악행(惡行)으로 치닫는 경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악행(惡行)은 다시금 재앙(災殃)이 되어 자신은 물론 후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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