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사업 부진으로 촉발된 건설경기 위축이 기업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 신규수주 축소로 대규모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데다 국내 주택·부동산시장마저 하향세에 접어들면서 인원 감축·조직 통폐합 카드를 꺼내들고 있는 모습이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그룹차원의 구조조정에 발맞춰 이달 말까지 인력 감축을 실시할 예정이다. 약 500명 규모로 전체 직원의 1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전체 직원의 50%에 해당하는 약 600명이 감원 목표다. 계열사를 포함해 1000여명의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것은 포스코건설 창사 이래 최대규모다.

대규모 인원 감축은 해외건설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포스코건설은 상반기 영업손실 1771억원·당기순손실 2145억원(연결기준)을 기록했다. 대부분 손실은 '브라질 CSP 제철소 프로젝트'에서 발생했다. 까다로운 통관 절차와 잦은 파업 등으로 각종 사업비가 증가했고, 설계변경으로 공사기간이 지연됐다. 브라질 법인 'POSCO E&C Brazil'의 당기순손실은 1983억원이다.

추가 손실 가능성도 높다. 프로젝트는 당초 올해 2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준공승인 지연으로 완공이 미뤄지고 있다. 공정률 94%로 아직 5348억원의 공사미수금이 남았다.

포스코건설은 구조조정에 발맞춰 포스코엔지니어링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부채비율이 높은 포스코엔지니어링을 매각할 경우 포스코건설의 재무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엔지니어링의 95%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매각·합병을 검토 중인 상황이지만, 구체적인 방향과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 계열 건설사들은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직원은 지난해 말 7952명에서 올 상반기 7084명으로 900여명 가까이 줄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지난해 6073명에서 올해 상반기 5332명으로 740여명이 감소했다. 두 회사를 합치면 반년 사이 1600여명의 인원감축이 이뤄졌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저성장과 저유가로 인한 사업 환경 악화로 해외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에는 카자흐 정부와 추진하던 2조8000억원규모 발하쉬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의 사업중단을 결정했다. 카자흐 정부의 재정 악화로 사업지원 및 승인 프로세스가 지연되면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등 금융조달이 원활하지 못했다.

8190억원 규모 카타르 도하 메트로 프로젝트도 올해 초 계약해지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5억5000만달러 규모 멕시코 살라망카 정유플랜트 프로젝트가 일시 중단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등 대규모 구조조정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삼성물산은 기존 주택사업부를 팀 단위로 축소시킨 바 있다.

이밖의 건설사들도 조직개편과 인력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모습이다. 새 사장을 선임한 대우건설은 인수합병을 앞둔 다음달 정기인사에서 발전·플랜트 부문 조직을 통합하고 해외 인력을 축소하는 등 조직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통합 엔지니어링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구조조정은 저유가 장기화로 인한 해외건설 위축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신규수주 축소가 매출 실적에도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경영 효율화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수주액은 △2014년 660억993만달러 △2015년 461억4435만달러 △2016년 상반기 152억1809억달러 등으로 해마다 30% 이상 감소하고 있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주요 5개 건설사의 상반기 건설부문 해외사업 매출(연결기준)은 총 11조35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10%가량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해외사업이 매출 비중의 60~70%를 차지했는데 중동 등 주요시장의 사업성이 악화됐다"며 "특히 수주규모 축소가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회사마다 인력 및 조직 축소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