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84㎡ 주택형이 18억7000만원, 20억원에 거래됐다는 소문이 연이어 들려오면서 호가가 무섭게 치솟았죠. 하지만 실제 거래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높은 가격에 추격매수도 붙지 않자 다시 가격이 안정되는 분위기예요."(신반포역 아크로리버파크 인근 A공인)   

서울 아파트값이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가자 가격 상승 피로감에 매매 수요가 감소하는 모습이다.

저금리기조에 부동산시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일부 인기지역에서는 소문만으로도 호가가 오르는 과열현상이 나타났으나 더이상 매매까지 이어지지 않는 추세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8월말 입주를 시작, 서초구 랜드마크로 떠오른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거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매수자가 없는 '거래절벽'에 빠졌다. 부동산시장 호황 분위기를 타고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했기 때문이다.

연초 15억~16억원대에 거래되던 전용 84㎡주택형은 계속된 호가 상승에도 수요가 따라붙으며 7월 최고 매매가 18억원을 찍었다. 6개월만에 3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재건축 훈풍과 저금리 기조, 정부의 주택공급 축소 방침에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수요자들은 가격에 대한 검증 없이 매물을 사들였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러한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호가는 계속 오르는 데 반해 더이상 수요가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아크로리버파크 84㎡ 주택형은 이후 중개업소들을 통해 18억7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소문이 돌며 호가가 20억원까지 올랐다. 이후 20억원에도 거래됐다는 소문이 전해지자 일부 집주인들은 21억원까지 호가를 올리기도 했다.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자 추격매수는 쉽게 형성되지 않았다. 또 소문 이후 1~2개월이 지나도록 국토교통부 실거래 조회시스템 등에서 거래 여부가 확인되지 않자 호가를 의심하는 수요자들도 나타났다.

아크로리버파크 뿐만 아니라 서초동, 잠원동 등 최근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른 서초구 전반에서 가격 상승에 따른 거래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서초구에서는 지난달 470건의 아파트 매매계약이 이뤄졌다. 앞선 8월 570건에 비해 18% 줄어든 것이다. 반포동이 24% 줄었고 잠원동(-23%)과 서초동(-18%)도 감소폭이 컸다.

대규모 택지지구인 마곡지구 영향으로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강서구도 마찬가지다. 강서구의 지난달 아파트 매매건수는 726건으로 8월 890건에 비해 18% 줄었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포진한 송파구에서도 가격 상승에 따른 아파트 거래 감소 현상이 두드러졌다. 8월 831건의 매매계약이 이뤄졌던 송파구는 지난달 729건이 거래되며 13% 감소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지난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1054건을 기록했다. 8월 1만2182건보다 9% 이상 줄어든 것이다. 지난 5월(1만173건)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연초부터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월 휴가철 비수기를 맞아 감소세로 전환한데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게 됐다.

시장에서는 추석 연휴로 인해 부동산 계약 거래일수가 줄어든 것이 거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또 서울 아파트값이 예상보다 장기간 상승하면서 매수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값은 2014년 6월 이후 현재까지 27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1862만원으로 올해에만 102만원(5.8%) 올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아파트 값이 계속 오르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에 가격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호가는 오르는데 반해 거래까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성수기 9월 거래량이 예상과 다르게 떨어진 상황에서 10월 거래량 마저 줄어들면 감소세가 추세로 굳어질 수도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함 센터장은 "연말까지는 아파트 시장 분위기가 현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인데 거래 증가세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만약 10월 성수기 거래마저 줄어들면 감소세가 추세로 될 수도 있는 만큼 다음달 거래량을 유심히 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