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야심차게 론칭한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THE H)'가 고분양가 논란에 이은 분양연기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디에이치 아너힐즈'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해 강남재건축 등 고급주택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고급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를 자체개발했다. 3.3㎡당 3500만원 이상의 단지에만 적용된다.

개포주공 3단지 재건축은 '디에이치' 브랜드가 처음으로 적용된 사업장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 주택재건축사업의 분양보증 발급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분양가격이 너무 높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개포3단지 재건축사업의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3.3㎡당 분양가 4310만원에 분양보증 승인을 신청했다. HUG는 해당 분양가격이 강남구 3.3㎡당 평균 분양가격 3804만원보다 13% 높아 향후 보증리스크가 커질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파트 분양사업을 위해 필수적인 분양보증이 불승인되면서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일반분양은 9월 이후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유례없는 분양보증 불승인을 결정에 개포3단지 재건축 조합은 당혹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장영수 조합장은 모델하우스 오픈 당일 기자들과 만나 "시공능력평가액 2위인 현대건설이 강남 한복판에서 분양사업을 하는데, 파산용 보험인 분양보증을 내주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부의 정책적 판단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분양가격을 둘러싼 HUG와 조합의 대립 속에서 별다른 실익 없이 손해만 보게 생겨서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사업 구조상 분양가격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 정비사업의 분양가격은 사업주인 조합이 원하는 가격을 제출하고, 이를 지자체 등이 심의하는 방식으로 책정된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는 조합이 결정한 평균 분양가·최고 분양가를 주택형별로 배정하는 역할만 한다.

분양가가 높아진다고 건설사가 얻게되는 실익도 없다. 개포3단지 재건축은 단순도급제 사업이다. 사업 성과에 따라 이익과 손실을 공유하는 지분제 사업과는 달리, 도급제 사업에서 시공사는 미리 정한 공사금액만을 받는다. 오히려 분양가격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해 단기간에 분양을 완료하는 것이 사업성 면에서 유리한 것이다.

특히 개포3단지는 '디에이치' 브랜드를 처음으로 적용한 사업장이다. 적정 분양가격으로 높은 청약경쟁률을 내는 게 브랜드 홍보에는 더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본의아니게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현대건설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수도 있어서다. 정부의 중도금대출 보증규제·분양보증 심사 강화의 첫 타깃이 되면서 논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공적인 '디에이치' 론칭이 중요했던 현대건설의 입장에서는 적정 분양가격으로 모객에 성공해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였다"며 며 "현재는 높은 분양가를 원하는 조합과 분양가를 낮추라는 정부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