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세상을 떠난 후 사람들은 다시금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 관심을 갖는다. 앨빈 토플러의 통찰력에 대한 경외심과 아쉬움 때문일 듯싶다. 고인(故人)은 이 책을 통해 다가오는 정보화 사회에 대한 맥을 정확하게 짚었다.

그의 예견대로 세계는 지금 정보화 물결이 거세게 출렁이고 있고, 우리는 그 속에서 유영(遊泳)하고 있다.

필자의 경우도 일본 나고야(名古屋)의 '이토 순이치(伊藤俊一)' 씨와는 e-메일은 물론 라인이나 카카오 톡으로 시시각각 대화를 한다. 지난 6일 그가 방콕 여행을 위해 트렌지트(transit)하는 동안 인천 공항 근처에서 잠시 만났다. 밤 늦은 시각 이토(伊藤) 씨가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필자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필자의 장편소설 <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 번역 원고를 일본의 나고야(名古屋) 중부전략연구회 회원들에게 공개한 이후의 내용이었다.

번역자 '구메 쇼죠(久米正三) '씨가 필자와 이토(伊藤) 씨에게 보낸 메일이다.

<장 선생! 이토 선생! '미야사카 다케토시(宮坂武利)' 씨로부터 소설에 대한 감상 메일이 와서 전송합니다. 잘 이해하신 것 같아서 안심했습니다.>

'구메(久米)' 씨는 '번역자로서 안심했다'는 설명과 함께 '미야사카(宮坂)' 씨의 메일을 원문 그대로 전달했다.

<구메 씨! 오랜만입니다. 소설, 겨우 다 읽었습니다(2번 읽었어요). 긴 독후감은 쓸 수 없지만 느낀 것을 단문으로 했습니다. 웃지 말아 주세요.

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

작가는 "사람들에게 커피의 기초 지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쓴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지, 품종, 재배, 수확, 그리고 로스터에서 바리스타의 중요성에 이르기까지 주인공(3명)의 행동과 대화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취재 열의와 옛날부터 전해진 '명언'을 기술적으로 활용하는 등 고도의 필력(筆力)에 감복했습니다.

등장인물 강리나의 어릴 적 곤경과 현재의 재녀상(才女像)- 꼭 만나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습니다. 또 믿음직하면서 호쾌한 원배, 신체적으로 걱정이 있는 김지훈이 연상의 여인 리나를 짝사랑하는 애절한 마음 등 커피를 떠나서도 스토리의 전개에 빨려 들어가서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한글을 일본어로 번역한 선인(仙人)에게는 단지 머리가 숙여질 뿐입니다.>

본란의 칼럼(6월 22일자)에 소개한 것처럼 한글 책을 스스로 2개월 만에 일본어로 번역한 '구메 쇼죠' 씨를 선인(仙人)으로 생각한 것은 무리가 아니다. 번역 작업이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토(伊藤 ) 씨가 구메(久米) 씨에게 보낸 메일도 소개해 본다.

<구메 씨! 연락 감사합니다. 드디어 첫 번째의 감상을 얻게 되었군요. 여러분 모두 열심히 읽고 계실 것 같습니다.

지난 6일 장 씨(필자)를 인천에서 만나서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한일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런 반응으로도 양국 관계에 있어서 근본적인 토대의 이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느꼈습니다. 소생(小生)은 지금 태국의 방콕입니다. 전 세계 관광객이 무심코 시민에 녹아 있는 모습은 일본의 관광수준과의 차이점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번에도 혼자 여행이지만 Wi-Fi가 연결되고, 어디서나 누구하고든 연락이 되는 현대에서는 혼자 여행도 혼자가 아니라 '시대의 변천(정보화 사회)'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의 소설에 대한 자랑이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나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것이다. 국경을 넘나들며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는 범인(凡人)들의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