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사회 의결이란 길을 열어놔 어렵게 성과연봉제를 성사시켰지만 이후 노동조합의 반발을 어떻게 해결할지 벌써부터 막막하다."(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관계자)

국토부 산하 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50%를 넘어섰지만 노조의 협의가 생략된 탓에 절반의 성공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노조의 반발 속 한국철도공사와 토지주택공사 등 굵직한 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남은 탓에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 성과연봉제 도입 공기업 절반 넘긴 국토부

성과연봉제는 동기부여가 떨어져 생산성과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호봉제 임금체계의 대안으로 정부가 제안한 제도다. 상대평가를 통해 성과에 합당한 보수를 차등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기획재정부의 주관하에 공기업 유형에 따라  성과연봉제 최종 도입시한을 각각 6월 말과 12월 말로 두고 각 부처가 산하 공기업을 독려하는 상황이다.

국토부도 14곳의 산하 공기업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최근까지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했다.  

이밖에 △한국감정원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교통안전공단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등 50%의 공기업이 성과연봉제를 받아들였다. 반면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철도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국토정보공사(LX공사)는 아직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을 노조 등과 협의 중이다.

◇이사회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노조 반발 후폭풍 예고 

문제는 정부가 노조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주면서 국토부 공기업 노조의 분쟁이 예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충족될 경우 사측이 노조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저성과자 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지침'과 판례를 통해 공기업들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5월 들어 국토부 산하의 △철도시설공단 △수자원공사 △도로공사도 이를 근거로 노조의 동의를 생략한 채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와의 불협화음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20일 임시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철도시설공단의 경우 노조가 '단체협약 및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선 상태다. 이사회 의결에 참여한 이사장과 이사들을 고발하고  의결 사항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는 등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공단 측은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방해한 노조의 행위를 지적하며 노조 측의 반발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앞서 한국노총에 성과연봉제 교섭권을 위임한 도로공사와 수자원공사 노조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밖에 LH·철도공사·인천공항공사 등의 '이사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노조발(發)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6월 시한 앞둔 LH·철도공사 성과연봉제 도입 고민 깊어져   

한 공기업 관계자는 "LH·철도공사 등 일부 공기업의 경우 시장형과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분류돼 6월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정부의 인건비 동결 제재를 벗어날 수 있다"면서 "남은 공기업에 소위 강성노조가 많은 만큼 성과를 위해서라도 이사회 결의를 채택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순만 철도공사 사장은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내 노조가 민주노총에 관련 교섭을 위임한 상태라 어렵지만 직원들의 인센티브 상실과 임금동결 등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서라도 다음달까진 도입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좌고우면(左顧右眄,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하다)하면 아무런 결정도 할 수 없다"면서 "오직 코레일과 직원들의 입장을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해 성과연봉제 도입의 관철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신임 사장을 맞이한 공기업의 경우 성과연봉제의 성공적인 도입이 사실상 첫 성과로 기록되기 때문에 정부의 최종시한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결국 노조의 반발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