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업체들이 신규인력 채용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여신심사 강화 조치 이후 주택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자 대부분 업체가 채용계획을 하반기로 미루는 등 인력 군살빼기에 나서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기업 중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가 예정된 곳은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3개 업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내고 95명가량을 선발했다.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한화건설 6개 기업은 상반기 공채 없이 하반기에 인력을 충원할 방침이다. GS건설은 상반기 채용에 나설지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그동안 상·하반기로 나눠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해왔지만 지난해부터 하반기에만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주택경기 침체와 해외수주 감소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친 상황이어서 하반기 채용을 진행하더라도 규모가 예년에 비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하지만 채용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들 회사는 삼성그룹 대졸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 선발에 나서는데 그룹이 경영 여건 악화를 이유로 채용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업계는 4000명에서 4500명 사이를 오가던 삼성그룹의 상반기 공채 규모가 올해에는 소폭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건설업체들이 신규인력 채용에 소극적인 배경에는 주택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부의 여신심사 강화방안 발표 이후 늘어나기 시작한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2월 6만가구를 넘어서면서 주택경기 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미분양 주택이 6만가구를 넘어선 것은 201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1월 기준 미분양 주택은 6만606가구로 지난해 8월에 비해 물량이 무려 2배 가까이 확대됐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으로 해외수주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건설업체들이 인력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날 기준 국내 건설업체들이 해외에서 수주한 공사금액은 80억9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0억1000만달러의 67%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관련 지표 대부분이 건설경기 침체를 예고하자 일부 건설업체는 직원 채용을 축소하거나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조직슬림화에 나서고 있다.

1조4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로 일시적인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삼성엔지니어링은 경력직원 채용을 최소화하며 직원을 10%이상 줄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이 회사 직원은 638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7101명에 비해 700명이상 줄어들었다.

한라는 건설경기 위축 극복과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올해 1월 108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상당수 건설업체들이 관급공사 관련 부서를 축소하는 등 조직슬림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과거처럼 신규 및 경력직원 채용규모가 확대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