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는 시기적 특수성과 대출규제 강화 등 각종 악재를 만나 움츠러든 주택시장이 설 이후에는 기지개를 켤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1월보다는 거래량이 늘겠지만 전년만큼의 활황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풀 꺾인 매매시장…"눈에 띄는 증가세 없을 것"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506건으로 지난해 1월(6824건) 대비 20% 가량 줄었다.

정부가 대출규제 방안을 발표하고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시화된 지난해 연말부터 매수세가 꺾인 결과다. 이 같은 기조는 설 이후에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설 연휴가 지나면 수도권 매매시장이 움직이겠지만 거래량이나 가격 상승 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이 심리적으로 위축돼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이달 1일부터 대출규제가 강화된데다 일부 지역에서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시장에서도 청약률과 계약률이 둔화하고 있다.

본격적인 봄 이사철로 접어드는 3월 이후에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눈에 띄는 증가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대출규제나 미국발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시장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전세난으로 인한 매매수요가 설 이후 움직이기 시작하면 1월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전히 어려운 전세시장…"월세 전환 가속화"
전세 시장은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주택거래가 정상 궤도를 찾지 못하면서 전세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강남권 재건축발 이주수요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주택거래가 경색되면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자가 늘어난다"며 "월세 전환으로 인해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전세난 가중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위례와 동탄 등 수도권 신도시에 전세 물량이 많은 편이지만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급량 자체가 시장의 전세난을 완화시킬 만큼 많지 않아서다. 시장에 풀리는 시점이 분산된다는 것도 단점이다.

함영진 센터장은 "현 시점에서 보면 위례신도시와 미사강변도시의 전셋값에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이사철이 도래해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상향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이 늦어지는 것도 전세 시장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시점이 지연되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더욱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증금 증액분을 월세로 돌리는 준전세·반전세가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승세 한계 다다른 지방 주택시장…조정기 가질듯

지난해 매매시장과 분양시장 모두 뜨거웠던 지방 주택시장도 당분간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신규 공급도 늘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조정기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월부터 대출규제가 적용되는 것도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함영진 센터장은 "지방 주택시장의 경우 대세상승기가 마무리되는 분위기"라며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격언이 올해 실현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지방 주택시장은 대구·부산·울산 등 영남권이 주도했다. 강원·전남·충남 등은 큰 움직임이 없었다. 상대적으로 활황세를 보였던 영남권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방 주택시장 전체가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매매와 전세가격이 모두 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2만5000여가구의 입주가 예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 주택시장이 하향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부도심과 대형 산업단지 인근 지역은 여전히 분위기가 좋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양지영 실장은 "혁신도시나 산업단지 조성지역은 수요가 꾸준한 지역"이라며 "전체적으로 기대감이나 분위기는 꺾이겠지만 이런 지역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