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자이갤러리에 마련된 신반포자이 모델하우스 모습

'신반포 자이'가 1순위 청약마감에 성공하면서 당분간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고분양가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고가로 공급된 신반포 자이의 청약흥행을 지켜본 일선 재건축 조합들이 분양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 올해 상반기 일반 공급에 나서는 신반포한신 5차와 개포주공 3단지는 분양가를 3.3㎡당 평균 4000만원대로 책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싸도 강남이니까"…신반포 자이 청약흥행
이달 20일 1순위 청약마감에 성공한 신반포 자이는 3.3㎡당 평균 4290만원에 공급됐다.

지금까지 분양된 일반 아파트 중 역대 최고 가격이다. 전용면적 84㎡ 일부 타입의 가격은 15억원이 훌쩍 넘는다. 이는 반포동에서 현재 시세가 가장 비싼 '래미안 퍼스티지'와 비슷한 가격이다.

이 때문에 신반포 자이 공급을 앞두고 고분양가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지만 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1순위 청약마감을 예상했다.

신반포 자이에 앞서 3.3㎡당 평균 4000만원 이상에 공급됐던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반포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모두 높은 경쟁률로 청약마감에 성공한 전례가 있어서다.

여기에 신반포 자이는 반포에서도 입지가 가장 우수한 곳으로 꼽혀 이들 두 단지에 비해 더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같은 업계 예상은 적중했다.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와 반포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각각 12대 1, 21대 1을 기록했다. 신반포 자이의 경쟁률은 평균 37.8대 1로 두 단지에 비해 청약경쟁이 더 치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터미널역과 반포역, 잠원역이 가까운 트리플 역세권 단지인데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뉴코아아울렛, 킴스클럽 등 생활편의시설도 풍부해 투자자는 물론 강남 입성을 원하는 실수요자들도 청약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눈치 보던 조합들 "4000만원 통한다", 분양가 줄인상 움직임
신반포 자이가 예상대로 1순위 청약마감에 성공하면서 일부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는 가격 조정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강남 재건축 중 올해 첫 공급된 신반포 자이가 역대 최고 분양가라는 부담에도 청약에 흥행하자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이 넘어도 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강남권에서 재건축으로 공급되는 아파트는 1만4000여 가구에 이른다. 일반분양 물량은 4000가구 정도로 신반포 자이와 함께 개포주공 2·3단지, 신반포한신 5차가 최대어로 꼽힌다.

일단 분양가 상향 조정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개포주공 2·3단지다. 이중 개포주공 3단지(디에이치 개포)는 당초 예상보다 200만원 가량 더 높은 3.3㎡당 4000만원까지 분양가가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단지는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인 디에이치가 첫 적용되는 사업장으로 올해 6월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다.

개포동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3.3㎡당 4000만원 중반에 가격을 정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개포가 반포에 비해 학군 등 입지여건이 다소 뒤처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는 4000만원 안팎에 분양가가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3월 일반공급이 예정된 개포주공 2단지(래미안블레스티지) 역시 관리처분계획 인가 당시 검토됐던 가격보다 300만원 가량 더 높은 3.3㎡당 3600만∼3700만원 정도에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4월 일반에 공급되는 신반포한신 5차(잠원 아크로리버뷰)가 신반포 자이의 역대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지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무엇보다 한강변이 가까운 입지가 강점으로 꼽힌다. 대림산업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 아크로가 적용된 두 번째 단지이기도 하다.

대림산업과 신반포한신 5차 재건축 조합은 이같은 강점을 감안해 3.3㎡당 4300만∼4500만원대에 분양가를 책정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준에 공급될 경우 1년 사이 최고 분양가 기록이 3차례 경신되는 것은 물론 올해 강남에서 공급된 재건축 단지 평균 가격은 3.3㎡당 4000만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강남 재건축 분양가 상승률, 일반 아파트比 3배↑…집값 거품 우려
이처럼 신반포 자이가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고분양가 경쟁에 불을 지핀 모습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재건축 조합들이 청약열기에 편승해 분양가를 과도하게 인상하면서 집값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현재 분위기대로 분양가가 계속 오르다보면 가격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계약을 포기하게 되고 이는 미분양 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포동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반포 자이 역시 높은 청약경쟁률이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다"며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와 반포센트럴 푸르지오 써밋도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지만 계약률은 75% 안팎에 불과하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강남권에서 보기 드문 중소형 타입인 59㎡주택은 별 문제가 없지만 84㎡타입은 조기 완판 여부를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남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 상승률이 일반 아파트 매매가격 오름폭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기준 강남3구의 분양가 상승률은 일반 아파트 가격 오름폭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20%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대·내외적인 경기변수로 주택경기가 위축될 경우 단기간 급격히 상승한 분양가가 집값 급락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강남권은 다른 지역에 비해 경기부침 영향을 덜 받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가계대출 규제 등 영향으로 주택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지나친 분양가 인상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