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란 말은 매력 있는 말이다. 그것은 '정신적 가치'를 함축하고 있는 듯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문화인, 문화 민족 등의 말에는 언제나 이 같은 함축성이 진하게 간직되어 있다."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 1887-1948)'의 저서 <문화의 패턴>에 들어 있는 문화 이야기다. '문화가 매력 있는 말이고, 정신적 가치를 함축하고 있다'는 그의 글에 공감이 간다.

필자는 길을 가다가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농악놀이 공연 소리에 이끌려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광장에서는 '2015 서울 문화원 엑스포'가 열리고 있었다. 이 대회가 내건 슬로건은 '서울! 25色 문화의 어울림-' 서울시문화원연합회와 서울 25개 문화원에서 개최하는 행사였다. 서울의 25개 문화원이 한 자리에 모여 각 지역의 전통문화와 향토문화에 기반을 둔 다채로운 공연·전시·문화 체험의 장(場)을 마련한 것이다.

2015 서울시 문화원 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특별 무대

행사 소개 팸플릿을 배포하던 한 관계자는 "이 행사는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축제 한 마당으로 누구나 함께해서 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돌려 모여들고 있었다.

지방문화원은 지역 향토문화의 진흥과 발전을 위한 지역 문화 사업을 수행가기 위해 지방문화원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단체이다. 특별자치도·시·군 또는 자치구의 행정구역을 기반으로 하여 전국적으로 229개의 지방문화원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서울시에는 자치구에 하나씩 총 25개의 지방문화원이 있기에 '25色 문화의 어울림'으로 불리는 것이다.

각 문화원의 부스에서는 지역 문화의 특성에 따라 시화전 전시(서대문), 닥종이 인형 공예(강남), 붓글씨 가훈 써주기(강동) 등의 행사를 펼치고 있었다.

이육사 선생의 스토리와 친필 원고

<물새 발톱은 바다를 할퀴고

바다는 바람에 입김을 분다.

여기 바다의 은총(恩寵)이 잠자고 잇다.

힌돝(白帆)은 바다를 칼질하고

바다는 하늘을 간절 너본다.

여기 바다의 아량(雅量)이 간직여 잇다.

날근 그물을 바다를 얽고

바다는 대륙(大陸)을 푸른 보로 싼다.

여기 바다의 음모(陰謀)가 서리워 잇다.>

성북구 부스 앞에는 이육사(1904-1944) 선생의 시 <바다의 마음>과 사진·약력이 전시돼 있었다.

"1939년 봄. 안동의 큰 집이 종암동으로 이사하자 선생도 종암동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해 8월 <청포도>를 발표했으며, 이듬해에 <절정>과 <광인의 태양>을 발표했다. 그러나 1941년 가을, 폐질환이 심해져 성모병원에 입원하게 됨으로써 약 2년 동안의 짧은 종암동 생활을 마쳤다."

이육사 선생에 대한 설명문의 마지막 부분이다. 선생이 종암동에서 약 2년 간 살았던 인연으로 성북구가 특별히 소개한 것이다.

'2015 서울 문화원 엑스포'에는 우리가 평소 느끼지 못했던 지역의 문화가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었다. 이처럼 지역의 작은 문화들이 모이면 더 큰 문화로 발전할 것이다.

"문화란 무릇 삶의 압축이고 거울이다"는 한양대 인류문화학과 이희수(李熙秀) 교수의 말을 떠올리며 서울 광장을 벗어났다. 가을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 오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