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시설 4대강 사업으로 조성한 대구광역시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강정보를 찾아 관계자로부터 운영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보 시설물을 살펴보고 있다.

4대강 공사에서 입찰을 담합한 혐의로 기소된 현대건설 주식회사, 삼성물산 주식회사 등 건설사들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일부 임원들은 형을 약간 감형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몰두해 단기간 내에 일괄준공하는 등 담합행위의 원인, 환경을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21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등 6개 업체와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원심과 같이 벌금 7500만원을 선고했다.

또 나머지 업체인 금호산업, 포스코건설, 삼성중공업, 쌍용건설 등에 대해서도 원심고 같이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입찰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현대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장 손모 전무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1심에서 임원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임원 4명에 대해서도 원심을 깨고 벌금 5000만원으로 형을 감형했다.

천 전전무, 현대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장 설모(63)씨 등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집행유예를, 담합에 소극적으로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중공업, 금호산업 등 나머지 업체의 임원들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관련된 사람들의 진술이나 상황에 비춰 볼 때 가격을 경쟁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고 단순한 정보 교환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담합을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사업계획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했지만 정부가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몰두해 전 공구를 동시에 발주하고 단기간 내에 일괄준공했다"며 "정부가 사실상 담합의 빌미를 제공한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명백한 물량 배분행위로 건설산업기본법의 기본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국민적 논란이 많은 사업으로 투명성, 공정성 확보가 중요했는데도 담보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임원에 대해서는 "담합에 가담한 정도, 소속 법인 내 지위, 현재 상황 등을 종합해 형을 감형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들 건설사는 4대강 사업 당시 '들러리' 업체를 세워 경쟁입찰을 가장하고 입찰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지난 2013년 9월 기소됐다.

또 설씨 등 임원 6명이 구속기소됐으며 김중겸 전 현대건설 대표, 서 전 대우건설 대표 등 16명은 불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의 담합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김 전 대표, 설씨 등에 대해 임원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징역8월~1년6월에 집행유예 1년~2년 등을 선고했다.

또 담합을 주도한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등 6개 업체와 현대산업개발에 대해서는 벌금 7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한편 위 건설사들은 4대강 공사 입찰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제한 등 행정조치를 받았지만 지난 13일 정부의 광복절 특사 당시 사면을 받아 논란이 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