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동부건설의 회생계획안 인가가 결정됐던 서울중앙지방법원. 회생계획안 인가 이후 곧바로 매각주간사를 선정하는 등 동부건설 M&A 작업이 시작됐다

쌍용건설과 동양건설산업 등이 새주인 찾기에 성공한 뒤 살아나는 듯 보였던 건설 인수·합병(M&A) 시장 열기가 수그러들고 있다.

최근 극동건설 매각이 유찰된 이후 건설 M&A 시장 분위기도 급격히 얼어붙은 모습이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나서기로 결정한 점도 건설 M&A 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필요한 조치지만 이로 인해 주택경기가 위축될 경우 매물로 나온 건설업체들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과 남광토건 등이 올해 하반기 매각을 추진한다. 남광토건은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M&A가 진행되며 동부건설 매각공고는 내달 10일 전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관심을 모았던 동부건설 매각은 최근 들어 뒷심이 많이 빠진 분위기다. 당초 중견 건설업체와 대형 유통기업들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2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높은 매각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도한 회생채권 금액으로 극동건설 매각이 불발됐다는 점도 동부건설 M&A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달 중순 매각유찰된 극동건설은 인수금액 700억원 외에 인수자가 추가로 떠안아야 할 회생채권만 1200억원에 달해 본입찰 참여 업체들이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건설의 담보 및 무담보회생채무 금액은 4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무담보회생채무 금액 중에서 2002억원은 현금으로 갚아야할 돈이다. 동부건설은 회생계획안에 따라 올해 담보회생채무 677억원과 무담보회생채무 300억원 가량을 상환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인수주체는 1600억원 이상의 회생채권을 떠안아야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예상 매각가격 2000억원에 회생채권을 더하면 35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야해 인수 후보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다만 동부건설은 동부하이텍 지분과 동부익스프레스 후순위 채권을 더해 1300억원 이상의 자산은 물론 아파트 브랜드인 센트레빌도 보유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매각흥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과 9월에 이어 세 번째 매각이 추진되는 남광토건은 500억원 안팎의 저렴한 몸값이 장점이지만 낮은 주택사업 비중은 약점으로 지목된다. 남광토건 매각주간사는 내달 중순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하고 오는 9월 9일에 본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남광토건은 건설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상장을 유지하고 있어 인수주체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보다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건설 M&A 시장의 열기가 꺾인데다 남광토건은 관급공사 수주에 치중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계부채 관리 대책으로 건설 M&A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로 분양 및 기존거래 시장이 쪼그라들면 건설업체들에 대한 투자가치 역시 떨어지는 구조여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 쌍용건설, 동양건설산업 매각이 순항할 수 있었던 이유는 건설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선 영향이었다"면서 "하반기 이후 주택경기 침체가 현실화되면 건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도 위축되기 때문에 해당 건설업체들의 매각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