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해외건설은 현대건설부터 시작됐다. 이 회사는 1965년 태국의 도로공사를 필두로 해외건설 시장의 문을 열었던 것이다.

그 후 해외건설의 도약기도 현대건설에 의한 중동(中東)에서 비롯됐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바일(Jubayl) 항만공사를 수주했다. 수주 금액은 9억3000만 달러. 그 당시 우리나라 정부 예산의 25%에 해당되는 놀랄 만한 금액이었다. 그 만큼 큰 공사였기에 현대건설의 수주 소식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유가 폭등과 중동 건설의 붐-.'

이 시기는 우리나라 해외건설의 절정기이기도 했다. 건설을 통해 국가의 위기를 타개했으니, 중동이 얼마나 고마운가.

중동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해외건설 시장에서 수주한 금액(연간 기준)을 짚어본다.

1981년 137억 달러, 1982년 114억 달러, 1983년 104억 달러 ...

그러나, 해외건설이 항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1992년에는 국가 전체로 28억 달러라는 치명적인 수주 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듬해 동아건설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 현대·대우·대림·삼성 등 대형 업체가 플랜트 중심으로 선회하면서 해외건설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올해의 중동 수주고가 73%나 급감했다'는 뉴스가 매스컴에 연일 등장하고 있다. 이달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에서의 수주액은 67억 4198만 달러. 지난 해 같은 기간 246억 3673만 달러보다 72.6%가 줄었다고 한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해외에 진출한 지 50주년의 해이기도 하다. 정부가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고 했으나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저유가(低油價)에 의한 것으로만 변명하는 것은 궁색하기만 하다.

필자는 우리 건설사들이 중동의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의 핵심일 것으로 생각한다. 21세기 들어 이슬람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무슬림 인구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신흥 이슬람 시장은 주로 20-30대 젊은 아랍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전 세대와는 달리 경쟁력을 갖추고 신기술에도 능통하다는 것이다(이슬람 마케팅과 할랄 비즈니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그들의 세계를 깊숙이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할랄(halal) 이야기를 해본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께서 중동을 순방한 이후 부터 할랄 식품 개발과 수출에 대한 관심도가 고조되고 있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의미로서, '샤리아(규범: 이슬람교의 율법)'에 기초한다. 즉,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은 이슬람 율법에서 허가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만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임익란 박사는 <이슬람 마케팅과 할랄 비즈니스>라는 저서에서 "이슬람교는 세계 3대 종교로, 지난 1400년 동안 무슬림의 신앙이자 생활양식으로 존재해 왔다"면서 "이슬람 할랄 시장의 규모는 이미 2조 1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시대는 항상 변하고, 역사는 흘러가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시대와 역사가 마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사람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슬람 지역의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