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건설산업 본사. 이 회사는 법정관리 졸업 이후 신규 사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제공=동양건설산업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여건 악화로 법정관리에 내몰렸던 중견 건설업체들이 기업 인수·합병(M&A)을 발판 삼아 다시 일어서고 있다.

든든한 새주인을 맞은 일부 중견업체는 법정관리 졸업에 성공한 뒤 수주 영업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규 사업 재개는 매출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여서 M&A에 성공한 건설업체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 역시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승디엔씨에 인수된 옛 LIG건설은 사명을 건영으로 바꾸고 주택조합 및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영의 전신인 LIG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자금난으로 2011년부터 법정관리 절차를 밟아 왔다. LIG건설은 지난해 말 부동산 시행업체인 현승디엔씨와 M&A 투자계약을 체결했으며 3월 법정관리 졸업에 성공했다.

건영으로 사명이 전환된 LIG건설은 올해 수주목표로 3900억원 달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재개발·재건축은 물론 지역주택조합, 도시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 분야에 수주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옛 LIG건설은 법정관리 직전(2010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순위 47위에 이름을 올렸던 건설업체다. 급격히 사세가 확장됐던 2009년 당시 이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5138억원 정도였다.

건영 관계자는 "양질의 수주고를 확보해 매출 및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늘려나간다는 게 기본적인 경영방침"이라며 "2025년에는 매출 2조원, 영업이익 2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건설에 인수되며 지난달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동양건설산업도 신규 사업 재개를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주에 영업력을 집중할 계획으로 관련 부서의 인원 충원은 물론 태스크포스(TF)팀도 별도로 구성했다. 동양건설산업은 법정관리 졸업 이후 재무 구조도 상당히 안정된 상황이어서 올해 안에는 분양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이들 업체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주택경기 회복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을 꼽는다. 주택거래량 확대, 청약 경쟁률 상승 등 주택경기와 관련된 주요 지표가 개선되면서 M&A도 급물살을 탔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극동건설의 M&A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극동건설 최대주주인 신한은행은 지난달 27일 극동건설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접수 받았다. 업계는 많아야 3곳 정도가 LOI를 제출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상과 달리 7개 투자자가 출사표를 던졌다. LOI를 제출한 투자자 중에서는 국내 중견 건설기업과 외국계 투자자 2∼3곳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극동건설은 LIG건설, 동양건설과 달리 법정관리 졸업에 성공한 뒤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다. 지난해 8월 법정관리 종결 전후로 2780억원 가량의 수주고를 확보하고 있어 투자가치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700억∼9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무거운 몸값은 부담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 매각가격이 다소 비싸긴 하지만 주택경기와 관련된 지표가 개선된 이후 건설업체 인수에 군침을 흘리는 투자자가 늘어나 분위기는 고무적인 상황"이라며 "건영과 동영건설 등 법정관리를 졸업한 중견업체들이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도 극동건설 매각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