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은 위험하다. 하우스푸어가 될 확률이 2006년보다 높아지고 있다."(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기성세대는 빚을 내 집을 샀더라도 부동산가격이 올라 빚더미를 짊어지지 않았지만 현 젊은 층은 자칫 평생을 부채에 얽매여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조명래 단국대 교수)

부동산시장 곳곳에서 폭탄돌리기 경고음이 켜지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리 부담이 줄어들자 1분기 주택담보대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가 하면 그동안 집 구매를 주저하던 젊은층이 주택 구매 전면에 나서고 있다.

청약조건 완화로 1순위자가 넘쳐나자 아파트 분양 현장에는 높은 경쟁률 속에 청약이 마감되고 있고, 주택건설기업들은 "물 들어 왔을 때 노 젓자"를 외치며 공급물량을 늘리고 있다. 목좋은 신규분양 아파트는 프리미엄을 노린 투자수요까지 가세하며 분양권 거래마저 늘고 있다.

일각에선 전세난에 떠밀려 집을 구매하는 젊은 층이나 40~50대의 주택규모 늘리기가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집값이 하락하고 금리가 인상될 경우 평생 빚을 떠 안고 살아야 하는 하우스푸어 신세를 면치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현재 부동산시장이 실수요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어 낮은 정책금융을 활용한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은 영향이 적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부동산시장 이상과열 징후 곳곳에서 포착
부동산시장의 이상과열 현상 또는 폭탄돌리기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시장은 전세난에 따른 내집 마련 열풍이 번지며 거래량 폭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셋값은 급등하는데 저금리 여파로 월세 수입을 노리는 집주인들이 월세로 대거 전환하면서 전세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자 '차라리 집을 사고 말겠다'는 심리가 강해진 것.

주택거래 증가는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서울 주택거래량은 실거래가 신고제가 도입된 2006년 이후 최대치인 4만3833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만4395건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27% 가량 늘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도 11만1869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4％ 늘어났고 설 연휴가 있었던 전달과 비교해서는 41.9％ 증가했다. 주택거래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3월 거래량으로는 최대치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확신에 내집을 샀다기보다 전세난 회피를 위해 매매로 돌아선 수요자들이 더 많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올 2월보다 전셋값 상승폭이 확대된(0.33%→0.46%) 3월 전국 주택거래량이 역대 최대치인 11만1869건을 기록했다는 점이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같은 내집 마련 러시는 전세난민으로 피로도가 가장 높은 30~40대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지속된 전세난의 최대 피해자다. 서울 도심에서 전세로 살다가 2년마다 서울내 외곽, 수도권 외곽으로 전세를 떠돌던 세대들. 업계는 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가 30~40대의 내집마련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로 인하하고 정부가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을 위해 초자금리 정책자금을 쏟아내며 낮은 금융부담에 집을 살 수 있게 됐다.

실제 올 1분기 주택담보대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이달초 발표한 '3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하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잔액은 418조4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8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2008년 이래 3월 증가폭으로는 역대 최대다.

1분기 전체로는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11조6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역대 1분기 최대치인 2009년의 8조1000억원보다 3조5000억원 많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1분기 1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9배에 달하는 수치다.

30~40대의 내집마련 러시는 신규청약시장에서도 고스란히 감지할 수 있다.

이달 초 분양한 광진구 래미안 프리미어 팰리스의 경우 당첨자의 70%를 30~40대가 차지했다. 30대가 약 40%내외, 40대가 30% 수준을 보였는데 과거와 달리 30대 비중이 크게 상승하며 40대 보다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지난달 18일부터 27일까지 분양한 △동탄역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5.0 & 6.0 △동탄2 금성백조예미지 △동탄2 에일린의뜰의 당첨자 2196명(예비당첨자 포함) 가운데 20~30대가 821명으로 전체의 37.4%를 차지했다. 40대(778명, 35.4%) 비중은 여전히 높았지만 50대(416명, 18.9%)와 60대 이상(181명, 8.2%)는 줄었다.

초저금리 영향에 청약 1순위 자격완화까지 겹치며 지금이 아니면 내집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이 이들을 청약시장으로 내모는 것.

청약시장의 열기는 프리미엄(웃돈)까지 만들어내며 분양권시장을 키우고 있다. 시중 유동자금이 청약시장으로 유입되며 가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분양시장에서 가수요는 지방으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온나라부동산정보에서 3월 분양권 거래를 분석한 결과 전국 주택거래(11만6022건) 중 분양권 거래(3만3165건)으로 28.5%를 기록했다. 분양권 거래비율은 서울(10.0%), 경기(21.4%), 인천(12.1%) 등 수도권은 비율이 낮았지만 부산(34.8%), 대구(47.8%) 등은 높았다. 특히 세종은 매매거래의 94.1%가 분양권 거래였다.

분양시장 열기는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으로 이어지고 있다. 분양시장 호황이 올해 또는 내년 상반기까지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분기 전국 분양물량은 4만8154가구(임대아파트 제외)에 달했다. 봄 성수기 전인 1~2월부터 분양물량이 쏟아지며 지난해 1분기(2만8624가구)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분양계획 물량은 1분기 포함 34만4945가구(임대아파트를 포함하면 39만가구)에 달한다.

◇"하우스푸어될 확률 2006년 말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내집마련 러시가 자칫 하우스푸어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의 집값 상승이 지속가능성이 유지되지 못한다는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실제 지난해 매매거래가 증가했지만 집값 상승폭은 2.5% 내외에 불과했다.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 수준에 그친 것. 집값 상승이 뒷받침되지 못한 상태에서 내집 마련에 나섰다가 자칫 자산가치가 하락할 경우 하우스푸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KB부동산알리지 기준 2000년대 중반과 최근의 매수우위지수를 비교해보면 보면 현재 거래량이 2000년 중반에 비해 높지 않은 수준"이라며 "반면 주택담보대출 건당 대출금액은 현재가 2000년대 중반보다 3배 이상 증가, 집값 하락에 따른 후폭풍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택담보대출 건당 대출금액은 2006년 하반기 부동산 버블시대와 비교해도 1.5배에 달하고, 2006년 9~12월과 2014년 8~11월을 비교해도 1.9배에 이른다"며 "2006년 부동산가격 폭등시기에는 집값 하락 때까지 시차가 있었지만 현재 집값 상승은 2006년보다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선대인 소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빚을 내 집을 산다면 하우스푸어가 될 확률이 2006년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올해 사상 최대 분양물량이 예정돼있는데 거꾸로 말하면 집을 사는 수요자가 독박을 쓰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젊은 층의 과도한 부채 부담을 지적하는 조언도 나왔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젊은세대들이 하우스푸어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젊은 층의 경우 주택 필요성이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고, 소규모 주택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내집마련은 평생 빚에 얽매여 사는 상황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성 세대는 빚을 내 집을 사더라도 부동산가치가 올라 대출 부담이 줄었지만 지금 젊은 세대는 가처분 소득도 줄어든 상태고 부동산 가격 상승도 담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자칫 세대간 폭탄돌리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부도 젊은 세대에 주택 구매를 권유할 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시장이 심각할 정도로 과열이 아니며 젊은 세대의 내집마련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시장은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무주택자가 참여하는 시장이며, 회복세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저금리와 맞물렸다고 본다"며 "다만 분양권 거래 손바뀜이 더욱 빨라질 경우 과열로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비용 부담이 크고 전세물건이 부족한 시장상황에서 근로소득기간이 긴 젊은 세대의 자가전환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빚을 내 집 크기를 늘려가는 40~50대가 집값 하락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센터장은 "무주택자가 초저리 정책금융을 활용해 내집을 마련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며 "금리인상이 걱정된다면 고정금리인 보금자리론을 활용한다며 중장기 리스크 헤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분양권 거래가 늘어나는데 대한 우려는 공통적이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주상복합 포함)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19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3년 평균 분양가(1800만원)보다 12.1% 오른 것이다.

아파트는 건설에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분양가가 오른 상황에서 손바뀜이 지속되다 최종 수요자에게 넘어가는 과정에서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분양권을 보유중인 투자자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김현아 실장은 "현재 시장과열을 진단할 수 있는 지표는 단기매도를 노리고 청약시장에 진입한 가수요"라며 "만약 분양가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세가 떨어진다면 자금회수가 어려워 돈맥경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분양권을 거래하다 최종 수요자를 찾지 못할 경우 자칫 폭탄돌리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방의 경우 과도하게 청약쟁률이 높은데 이는 상당부분 가수요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문제는 실수요자들이 시장에 반응하는건 속도가 느리다보니 자칫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세차익을 노리고 기존 전세를 끼고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투자자에 대한 경고가 강했다. 함영진 센터장은 "현재 부동산시장은 명백히 실수요자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단기 자본이익을 얻기 위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한다던가 구입자금의 50~60% 이상을 빚으로 사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