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삼성동 부지 전경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가 감정가격 3배 이상에 팔렸어요. 서울의 떠오르는 심장부가 될 용산의 철도정비창이 그 가격에 팔리지 말란 법은 없죠. 유라시아 철도가 개통되면 용산은 철도의 중심지가 되기 때문에 가치가 더 높아질 겁니다."(최연혜 코레일 사장)

"삼성동에 비해 양재동이 평가절하 될 이유가 없습니다. 부지 규모도 비슷한데 삼성동은 10조원이 넘고 파이시티는 4500억원이라는 건 말이 안되죠.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더 좋은 가격에 팔릴 것으로 기대합니다.(파이시티 대주단 관계자)

산업자원통상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이전을 앞두고 강남구 삼성동 본사 부지를 감정가격 3배 이상에 파는데 성공하자 자산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공공기관들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용산에 보유하고 있는 부지에 대한 자산재평가가 완료되면 부채비율을 최소 130%포인트 줄일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기대감이 반영된 발언으로 해석된다.

28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로부터 반환받은 철도정비창 부지(13만8908㎡)에 대한 감정평가를 다시 진행한 결과 이 땅의 가치는 약 2조2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토지는 코레일이 보유했던 철도정비창 부지(35만6491㎡)의 39% 가량으로 지난 2007년 용산역세권 개발 사업자 공모가 진행됐을 당시 3200억원에 불과했던 땅값이 무려 7배나 상승했다. 코레일은 드림허브와 나머지 61%에 해당되는 21만7583㎡ 규모 부지에 대한 토지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코레일은 소송에 승소할 경우 최소 3조7000억원 이상의 자산차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연혜 사장은 "이달 초 채무부존재 1심 판결에서 코레일이 승소하며 용산역세권 사업 중단은 민간출자사들의 귀책이라는 판결을 받았다"며 "코레일의 사업협약 및 토지매매계약 해제가 적법하다는 판단이기 때문에 부지반환 소송에서도 승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용산 역세권 사업부지에 대한 자산재평가가 이뤄지면 부채비율을 130%포인트 줄일 수 있다"면서 "삼성동 한전 부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부지가 워낙 알짜여서 코레일 부채해소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사장이 공공기관 보유 부지 가치가 감정가격을 크게 상회한다고 언급한 것은 현대기아차 그룹이 삼성동 한전 부지를 감정가격 3배가 넘는 10조5000억원에 매입한 일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최 사장은 코레일이 보유하고 있는 용산 부지의 입지가 우수하고 면적도 넓기 때문에 7만9341㎡ 규모에 불과한 삼성동 한전 부지보다 더 높은 가격이 형성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다.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을 앞둔 공기업들도 현대차의 한전 부지 매입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종전 부동산 매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공공기관의 종전 부동산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6조9000억원 규모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관광공사 사옥, 여의도 대한주택보증 사옥이 대표적인 매물들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오리사옥과 정자사옥, 한국도로공사는 성남 본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본사 부지 매각을 추진하면서 고민했던 부분이 헐값에 팔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며 "전남 나주로 이전을 앞둔 한전이 본사 부지를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에 파는데 성공해 다른 공공기관들 분위기도 상당히 고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삼성동 본사 부지를 현대차에 매각하며 8조원이 넘는 매각 차익은 물론 내년에는 부채를 20% 정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자산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가격에 팔린 한전 부지가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종전 부동산 가치 재평가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정반대의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가 삼성동 한전 부지를 10조원이 넘는 가격에 사들인 것은 특수한 사례에 해당되는 만큼 이들 공기업의 기대치가 너무 올라가면 자산매각 작업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그동안 LH와 한국감정원, 대한주택보증, 도공 등 공기업이 추진하고 있던 본사 매각작업은 수차례 유찰되며 매각이 지연된 바 있다.

LH 오리사옥은 4차례 유찰되면서 4000억원이 넘었던 예상 매각가격이 3200억원까지 뚝 떨어졌다. 2784억원 규모 정자사옥은 서울대병원과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가격 협상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공은 판교신도시 인근에 위치한 본사부지 매각을 위해 지난 6월 1차 매각공고를 냈지만 입찰자가 없어 8월 2차 공고를 진행했다. 도공 본사의 감정평가액은 3377억원으로 2차 입찰은 이달 말 마감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 부지 매각은 초고층 본사 사옥을 원하는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특수한 사례"라며 "현재 매물로 나온 공기업 사옥들이 한전 부지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용산철도정비창 부지의 경우 소송이 물려 있어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수년 이상이 걸릴 수밖에 없어 부동산경기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