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주민 과반수가 반대하면 공공관리제를 시행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사업시행인가 이후인 시공사 선정 시기가 조합설립 인가 이후로 빨라져 건설사로부터 자금·인허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 사업 추진속도가 빨라진다. 다만 서울시가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제도 개선 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24일 '하반기 경제정책운용방향'을 발표하며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주민 과반수 이상이 반대할 경우 공공관리제를 시행하지 않는 대신 정비사업의 투명성 강화 취지는 살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재개발·재건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도입된 공공관리제는 운영방식과 예산 등 부문에서 허점을 드러내며 민간 정비사업이 지연되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2009년 시범사업으로 지정된 성수전략 1~4구역은 전 사업장이 조합 조차 결성하지 못하고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공공관리제가 적용된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사를 선정하기 전까지 공공의 재정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관련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만약 주민 과반 이상이 반대해 공공관리제를 시행하지 않으면 시공사 선정 시기가 조합설립 인가 이후로 단축된다. 이렇게 되면 조합은 시공사로부터 자금과 인허가를 지원받아 사업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김재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정비사업 부진은 시공사 선정시기를 늦춘 것이 쟁점이었다"며 "투명성 문제는 공공관리제도의 좋은 점을 수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관리제 시행을 지자체에 위임한 규정을 삭제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시공사 선정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다며 공공관리제가 정착될 때까지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용건 서울시 주거재생정책관은 "경쟁이 과다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면 공공이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라며 "시장 상황을 봐가며 민간이 성숙했다고 판단이 되는 시기까지 공공관리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재건축 주택건설 규모제한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재건축 주택건설 규모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국민주택 규모 이하(85㎡ 이하) 주택 건설비율을 가구수 기준으로 60% 이상, 연면적 비율은 50% 이상 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제는 각 조합이 초소형 주택을 대거 반영해 분양 가구수를 늘리기 위한 편법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경기가 활황이 아닌데다 소비자 니즈에 맞는 주택계획을 반영하는 트렌드에 맞춰 가구수 기준은 유지하되 면적 제한은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또 안전진단기준도 세분화해 구조에는 문제가 없지만 설비가 노후화되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아파트의 재건축 승인을 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안전진단기준을 구조안정성 평가, 건축 마감 및 설비노후도 평가, 주거환경 평가, 비용분석 결과를 종합해 유지보수, 조건부 재건축, 재건축으로 구분해 판정하기로 했다.

다만 재건축 연한 완화는 민감한 사안임을 감안해 이번에는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김재정 정책관은 "재건축 연한 완화는 이번 대책에 포함하지 않았다"며 "연한이 넘었어도 사업성 때문에 사업이 지지부진한 곳도 있고, 연한을 완화하면 기대감만 높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비 활성화 방안은 8월 안에 마련된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나온 정비사업 활성화방안과 국회에 계류중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를 담은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폐지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