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언제나 있고 선택의 자유도 있다. 다만 필요한 것은 용기였다. 정직할 수 있는 용기, 잘못을 시인할 수 있는 용기, 버릴 줄 아는 용기,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

가정의 달 오월을 맞아 한 때 많은 독자들을 감동시킨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의 눈물>을 들춰봤다. 물론, 아버지만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다. 어머니들은 눈물을 넘어 화를 내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앵그리 맘(성난 엄마)' 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9시 '세월호' 대국민 담화를 눈물 속에서 발표했다.

"국민 여러분, 지난 한 달여 동안 국민 여러분이 아파하고, 같이 분노하신 이유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 저에게 있습니다."

"해경(海警)의 몸집은 계속 커졌지만 해양 안전에 대한 인력과 예산은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고, 인명구조 훈련도 매우 부족했습니다....그래서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통령은 진정 용기가 있었다. 잘못을 시인할 수 있는 용기, 버릴 줄 아는 용기,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던 것이다.

해경(海警)의 해체는 물론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도 사실상 해체에 준하는 기능 축소를 암시했다. 바다를 관리했던 정부 조직체들의 날개가 모두 꺾인 셈이다.

삼면(三面)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특성 상 '바다 관리'는 너무나 중요하다. 그런데 그토록 중요한 부분에 대한 관리가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필자도 그리 머지않은 시기에 부산에서 배를 타고 오사카(大阪)를 다녀 온 적이 있다. 편도가 18시간 걸렸으니 왕복 36시간을 바다에 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대단히 위험스러운 여행을 했었다. 아무리 돌이켜 생각해봐도 구명조끼 입는 법이나 위급한 상황에서 탈출하는 방법에 대해 단 한마디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승선 자에 대한 안전 교육이 전무(全無)했던 것이다.

호텔 같은 거대한 배는 커다란 뱃고동을 울리면서 부산을 떠나 망망대해를 유유히 흘렀다. 그러나, 그 속에 감추어져 있는 과적이나 정원 초과, 민관 유착의 고리는 상상도 못했었다. 다행이 아무런 문제가 없이 여행을 마쳤지만, 어찌 보면 요행에 불과했다.

대통령은 담화문을 읽으면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지 않았다. 목소리도 떨렸다.

"제자들을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고(故) 남윤철, 최혜정 선생님. 마지막까지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생(生)을 마감한 고(故) 박지영, 김기웅, 정현선 님과 양대홍 사무장님. 민간 잠수사 고(故) 이광욱 님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봅니다."

대통령의 담화에 이어 이제 본격적인 대수술이 시행되게 됐다. 안전 체계는 물론 공직 사회에 대해 전 방위적인 메스가 가해질 것이다.

지난 4월 말 한국을 찾은 일본의 언론인 이토 슌이치(伊藤俊一·61) 씨는 "세월호 사고는 한국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결과가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철저한 개조(改造)가 있어야 희생자들의 영혼이 구천(九泉)을 떠돌아다니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그의 말이 백번 옳다. 관행으로 치부했던 잘못된 시스템을 완벽하게 개조(改造)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고 희망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