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봄비가 서럽게 내리더니 화창한 날씨와 함께 5월이 열렸다. 싱그러운 계절의 여왕 5월인데도 어쩐지 마음이 무겁다. 라일락의 향기도 예년과 달리 그리 감동이 없다. 마음이 울적하기 때문이다.

제법 긴 나날이 흘렀는데도 바다 속 깊이 가라앉은 자식들을 생각하며 발만 동동 구르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 왈칵 울음이 쏟아진다.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인가.'

비겁하고 책임감 없는 어른들 때문에 속절없이 꺾여버린 어린 꽃들이다. 이제 지쳐서 하소연할 기력도 없다.

"하늘을 원망하랴, 바다를 탓하랴."

바다는 때때로 풍랑을 일으켜 인간의 무지함을 꾸짖는다. 인간은 대자연의 섭리(攝理)에 마냥 무릎 꿇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자연재해가 아닌 터무니없는 인재(人災)다. 몽매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어이없는 참상이다.

팬티 차림으로 난간을 건너는 선장이나 승객들을 수장시키고 앞장서서 탈출하는 선원들의 모습에서 극심한 배신감이 느껴진다.

때를 같이해서 선상(船上) 화재에도 333명 전원을 구조한 스페인의 '볼칸 데 타부리엔테'호(號)의 위기관리 대책이 눈부시도록 모범적이다. 일주일에 2-3차례 훈련받은 선장과 선원들은 선상에서 이리 저리 뛰면서 승객들을 선실 밖으로 인도했다고 한다.

"아무리 경험 많은 선장(船長)이라도 사고를 낼 수는 있다. 그러나 선장이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것은 직업윤리와 책임을 버린 야만적 행위다."

'볼칸 데 타부리엔테'호(號)의 선장 '알레한데르 발사' 씨가 조선일보(5/1)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또 "선장이라는 자리가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세월호 선장은 전문성은 고사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없었다"고 했다.

위기 시 리더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선상에서의 리더는 당연히 승객들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선장이다. 이러한 선장은 배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조직이나 단체, 가정의 경우도 선장이 있다. 나라는 대통령, 기업은 사장, 가정은 가장(家長)이 바로 선장이다.

일본의 컨설팅 전문가 '다카하시 노부유키(高橋宣行)' 씨는 <발상의 프로>라는 책에서 '인간의 지혜는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보 + 지식 ⅹ 관찰 · 통찰 = 지혜"

그가 제시한 '지혜의 공식'이다. 공부를 많이 해서 폭넓은 추론(推論)을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실생활에서는 풍부한 정보와 지식으로부터 문제의 핵심을 찾아내고 변화에 대응하며(관찰), 독창적인 해결책(통찰)을 제시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지혜(知慧)라는 것이다.

참으로 시의에 맞는 분석이다. 우리 주변에 훈수꾼들은 많으나 진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지혜 있는 선장(船長)이 없어 보인다.

계절의 여왕 5월이 슬픈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