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딛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주택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착공을 시작하지 못한 개발사업에 물꼬가 트여 그동안 조기에 반영했던 손실을 상당부분 회복할 수 있고, 중동을 중심으로 해외건설시장의 확대도 예상되고 있어 올해 턴어라운드를 시도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상장된 건설사 주가는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작년 실적 해외 저가수주·국내 부실PF 손실 상당부분 반영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를 포함해 2013년 실적을 발표한 주요 건설사들 대부분은 2012년에 비해 큰 폭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오랜 기간 첫 삽을 뜨지도 못한채 떠안고 있는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손실과 마진을 남기기 어려울 만큼 저가로 수주했던 해외공사의 부실을 반영한 탓이다.

업계 1위인 현대건설을 제외하고 대부분 상위 건설기업들의 4분기 실적은 초라했다. 시공능력평가순위 3,4위 업체인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은 지난해 4분기에 3000억원을 웃도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대우건설은 장기 미착공 PF사업장에서 135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지난해 4분기 4450억원의 영업손실로 전분기대비 적자전환했다.

대림산업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공사 현장의 손실을 반영, 지난해 4분기 3196억원의 적자를 봤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96억원으로 손실을 면했으나 전년에 비해 92% 급감했다.

업계 2위인 삼성물산(건설부문)은 지난해 매출액 13조441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0.3%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 3476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18.6% 감소했다. 국내 주택사업의 착공 지연이 외형 증가에도 내실이 떨어지는 실적을 내는데 영향을 줬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해외사업장의 대규모 손실로 지난해 1조28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4분기 영업이익 272억원으로 흑자전환한 점이 올해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만한 위안거리다.

업계 9위인 현대산업개발도 대구와 울산 등 악성 사업장에 대한 손실을 반영, 4분기 1832억원의 영업손실로 전년대비 적자전환했다. 올해는 지난해 하반기에 분양한 고양 삼송과 수원3차 등 우량 사업장의 매출이 반영되기 시작하며 수익성 개선을 이룰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업계 6위 건설업체인 GS건설은 해외 공사현장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적자는 7979억원에 달한다. GS건설은 오는 6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4분기에도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손실 폭을 줄여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증권업계의 GS건설 4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실적 추정치 평균)는 792억원이지만 최근 들어선 추가 손실을 반영, 이보다 큰 적자폭을 예상하고 있다. GS건설 4분기 영업손실 예상치로 교보증권은 813억원으로 전망했고 미래에셋증권이 906억원, 메리츠종금증권이 1000억원, 하이투자증권이 1070억원, 삼성증권이 1270억원 등으로 내다봤다.

올해 GS건설 실적에 대해선 해외 현장의 손실을 상당부분 반영했고 내실 있는 프로젝트의 매출 반영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올 하반기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판단했다.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현대건설은 맏형답게 견실한 실적을 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4분기 207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대비 12.3% 감소했으나 연간 영업이익 7929억원을 거두며 같은기간보다 4.3% 늘었다.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 시작…회계투명성 높여야 신뢰회복"

숨겨진 부실이 상당부분 해소된 만큼 올해 건설업체 실적은 긍정적 전망이 다수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설사들이 2009년 하반기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저가로 수주했던 해외공사에 대한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통해 손실을 털어내면서 올해 상반기부터는 부실 사업장 정리가 마무리될 것"이라며 "재건축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주택경기의 회복국면과 상반기 중동을 중심으로 발주가 늘어나고 있어 실적 턴어라운드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업계 주가도 이를 선반영하듯 반등을 타진 중이다. 건설업종 지수는 어닝쇼크를 선반영하며 지난해 12월11일 131.40에서 올 1월6일 122.14로 7% 넘게 하락했으나 회복세를 타며 4일 기준 123.77을 기록했다.

다만 한꺼번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반영하며 시장에 충격을 준 탓에 추가 부실을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아 저가 매수세 유입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기업들이 부실 사업장의 손실을 미리 반영하지 않으려는 건 대손충당금을 쌓으면 영업손실로 잡히는 반면 현장이 정상화될 경우 충당금 환입으로 이익이 나면 영업외 수익으로 인식하므로 영업이익 기준 실적 증가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하지만 손실을 일시에 반영할 경우 실적 변동성이 커져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는 만큼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해 부실을 조금씩 털어내는 게 중·장기적 관점에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도 "건설업체 주가가 많이 떨어져 있지만 실적 변동성이 크고 회계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저가 매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실적이 나쁘더라도 예측가능한 수준이어야 하고 사전에 시장과 충분한 교감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