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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기로에 놓인 쌍용건설…하도급업체 연쇄부도 '덜덜'

연말 B2B·하도급 공사대금 등 3000억 미결제 우려

2013년 12월 24일 (화) 10:11:26

뉴스1

renews@renews.co.kr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쌍용건설이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연말 하도급 업체들의 결제대금 미지급에 따른 1400여개 협력 건설업체들의 동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이달말 만기 도래하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B2B전자어음) 1000억원을 갚아야 한다.

B2B전자어음은 하도급 업체들이 원도급 건설기업으로부터 받을 공사대금 등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융통하는 형태다. 원도급업체들이 대출 만기에 은행에게 갚아 하도급업체들의 B2B전자어음을 결제해주는 구조다.

문제는 원도급업체들의 자금사정 악화로 B2B전자어음을 상환하지 못하면 하도급업체의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도급업체가 은행과 B2B전자어음의 대출 계약을 맺은 당사자여서다.

쌍용건설은 이밖에도 연말 2000억원 가량의 하도급 공사대금도 결제해야 한다. 채권단에서 출자전환과 신규자금 지원 안건을 올려 결정해야 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쌍용건설 뿐 아니라 하도급 업체들의 생사는 24일을 전후로 분수령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쌍용건설이 올 2월 워크아웃을 신청한 후 채권단의 지원 여부가 늦어지면서, 쌍용건설로부터 B2B전자어음으로 공사대금을 받았던 하도급업체 800여곳이 금융권의 신용불량 리스트에 올라 위기를 맞은 바 있다. 당시 쌍용건설은 자금난으로 B2B전자어음 300억원을 결제하지 못했다.

유동성이 충분하지 못한 일부 하도급업체들은 쌍용건설의 B2B전자어음 미결제 이후 자체적인 해결이 어려워 연체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금융권의 신용불량 업체에 올라 금융거래 제한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번에도 채권단 내 이해관계가 다른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자인 군인공제회와의 갈등으로 쌍용건설 지원 여부마저 불투명해지는 등 워크아웃 일정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채권단은 군인공제회에게 쌍용건설의 남양주 화도 PF 원금 850억원 상환을 유예하라는 입장이고, 군인공제회는 워크아웃에 참여할 의무가 없는 비협약채권자이므로 절반가량을 상환받고 나머지는 내년말로 유예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간 견해가 좁혀지지 않자 군인공제회는 쌍용건설이 맡고 있는 관급공사 현장 7곳에 대해 채권가압류를 걸었다. 채권가압류 조치로 인해 쌍용건설은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흐름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건설업계 신용분석 관계자는 "쌍용건설이 연말에 갚아야 할 자금은 B2B전자어음과 하도급 업체의 공사대금 등을 합쳐 총 3000억원 수준으로 내부 보유현금이 충분치 않아 미결제가 우려된다"며 "군인공제회에서 쌍용건설 공사현장에 대한 채권가압류를 신청하고 이로 인해 법정관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금흐름에 적신호가 생긴 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쌍용건설의 경우 해외 건설현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경영정상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법정관리 건설업체들은 입찰참여를 위한 보증서인 B-본드(Bond)를 발급 받지 못해 해외수주가 끊기고, 공사를 진행 중인 현장에서도 다른 건설업체로 대체되거나 공사 진행 차질로 소송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

대형 건설업체인 쌍용건설의 법정관리는 적지 않은 하도급 업체의 2차 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전문건설기업은 원도급사인 종합건설기업들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후 유동성 위기를 겪어 부도와 등록말소 건수가 전분기(지난해 10~12월) 대비 각각 21%, 19% 증가했다. 지난해 원도급 업체의 법정관리로 하도급 업체 1942개사가 3조6195억원(계약액 기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건설업체들로부터 일감을 받아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하게 될 전문건설업체가 문을 닫으면 건설업의 기초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다. 특히 쌍용건설과 같은 대형사의 협력 건설업체들은 다른 건설사와 원하도급 계약을 맺고 있어 그 파급력은 더 커진다는 것이다.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를 자구노력으로 극복하지 못한 채 경영위기를 자초한 쌍용건설에게 1차 책임이 있지만, 기존 대주주였던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소극적 태도와 워크아웃 이후 채권단의 늑장 대응이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기업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쌍용건설의 유동성 위기 과정을 보면, 캠코와 채권단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위기에 불을 질렀고 해당 업체에 대한 분석도 면밀하지 못해 억지로 끌고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타이밍을 놓치고 지원액도 계획보다 줄어 그 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해 추가적인 유동성 지원을 고민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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