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린 서로 헤어졌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 이용의 <잊혀진 계절>의 동영상이 원조답게 맨 먼저 필자의 휴대폰으로 날아들었다. 이 동영상은 한 사람으로 부터만이 아니고, 여기저기서 중첩돼서 날라 왔다. 이용의 노래만이 아니라 아이유의 <잊혀진 계절>에서 김범수, 김정민, 현철의 노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그 중에서 이병주의 색소폰 연주는 압권이었다. 밤늦은 시간인데도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색소폰 연주에 잠을 설치고 말았다. 이 또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시대를 실감할 수 있는 현상이다. 어떤 소식이든지 약간 색다르다 싶으면 불길처럼 빠르게 번지는 것이 SNS다.

계절도 덩달아 빠르게 다가왔다가 성급하게 달아난다. 그래도 단풍은 언제나 운치(韻致)가 있다. 출퇴근 길 도심 은행나무들의 노란 이파리가 가을의 운치를 돋운다.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새로운 계절은 언제나 꿈을 주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슬픔에 잠기고 만다. 요즘 사람들의 생활이 그렇다. 삶은 분명 나아졌는데, 마음은 여전히 공허(空虛)하다. 무엇 때문일까. 뭔가 톱니바퀴가 어긋나서 돌아가는 사회적 현상 때문일 것이다.

"진정한 재능과 능력은 돈이나 명성에 의해서 부패되지 않아야 하는데, 돈이나 명성에 의해서 부패된 사람들이 많다"는 터키의 노벨상 작가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작금의 상황들이 그렇다. 원래 존재했던 일들이 언론의 보도에 의해서 양산되는 것인지, 아니면 배불리 살다보니 도덕성이 상실된 것인지 모르겠다.

아담스미스 Adam Smith, 1723-1790)는 이러한 문제를 <도덕감정론>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사회는 정의(正義)의 법들이 상당한 정도 준수되지 않는다면 존속할 수 없고, 서로를 해치려는 행위를 모두가 자제하지 아니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어떠한 사회적 교섭도 생길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필요성에 대한 고려가 정의의 법들을 위반한 사람들을 처벌함으로써 정의의 법의 집행을 시인하는 기초가 된다고 생각되었다."

법의 문제는 차치(且置)하고 서로를 해치려는 행위를 자제 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한다.

계절도 빠르게 왔다가 순식간에 달아나는데, 사람들에게 싸움이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

아담 스미스는 "불의(不義)는 필연적으로 사회를 파괴한다"고 했다. 사회가 파괴되지 않도록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 그래야 '시월의 마지막 밤'이 서글프지 않을 것이다.

돌아오는 계절에는 모두가 꿈을 이뤄 슬픔이 달아났으면 좋으련만, 벌써 바람결이 차갑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