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동안 관상·수상·사주·성명 풀이 등에 관심을 가져보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딱히 그 부분에 대해 빠져들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귀를 쫑긋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람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나 뭔가 잘 풀리지 아니할 때 더욱 그렇다.

최근 들어 극장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관상(觀相)'이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들고 있다. 800만 관객 동원을 '그리 어렵지 않게 돌파했다'고 한다.

"머리는 하늘이니 높고 둥글어야 하고/ 해와 달은 눈이니 맑고 빛나야 하고/ 이마와 코는 산악이니 보기 좋게 솟아야 하고/ 나무와 풀은 머리카락과 수염이니 맑고 수려해야 한다."


"사람의 얼굴에는 세상 삼라만상이 다 들어있소이다"고 외치는 영화 속 천재 관상가 김내경(송강호 분)의 주장이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관상가가 아니더라도 사람과의 첫 만남에서 상대의 얼굴만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첫인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과의 만남에 있어서 첫 인상이 너무나 중요하다. 첫 대면 시 '3초안에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이 판가름 난다'는 말도 있다.

미국 UCLA 명예교수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이 1971년에 발표했던 '메라비언 법칙'이 있다. 이 법칙은 홍보 관련 커뮤니케이션 이론이지만,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이 55%, 청각이 38%, 언어가 7%다'는 이론이다. 여기에서 시각 이미지는 자세와 용모와 복장·제스처 등 외적으로 보이는 부분을 의미하고, 청각은 목소리의 톤이나 언어의 품질을 의미하며, 언어는 말의 내용을 의미한다.

물론 외모만 보고 상대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지만, 일단 외형적인 모습에 호감이 가야 인간적인 관계가 잘 형성될 수 있다. 여기에서 목소리의 톤이나 언어의 품질도 외모 못지 않게 중요하다. 언어가 지나치게 달변(達辯)이거나 어눌하면 거리감이 생길 수 있으나, 음색이 고우면 호감도가 높아진다. 이러한 요소들은 인간관계 형성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

아무튼, 영화 관상(한재림 감독)은 김종서(백윤식 분)와 수양대군(이정재 분)의 정치적 대립과 조선의 운명을 바꿔 보려고 애를 쓰는 관상가 김내경(송강호 분)의 고군분투(?)를 가미해서 재미요소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성형 수술 등 얼굴의 형태를 바꾼다고 그 사람의 운명까지도 바뀔까. 아마도 그렇지 못할 것 같다.

"사람이란 대개의 경우 남의 생각으로 이루어진 이유보다는 자신이 찾아낸 이유로 더욱 납들 할 수 있다"는 철학자 파스칼의 말처럼, 남이 뭐라고 하든지 자기 스스로가 찾은 이유로 납득하면서 사는 모습이 '진정한 관상'일 것이다.

영화가 대체로 가상현실에 대한 스토리가 많으나 요즈음은 실제 사실에 대한 접근 방법으로 관객들을 환호(歡呼)하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관상가 김내경(송강호 분)이 파도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삶을 돌이키며 한 대사가 필자의 가슴에 와 닿았다.

"나는 파도만 봤지 바람을 보지 못했다. 파도를 일으키는 것이 바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