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으로부터 유출된 오염수 문제로 수산물에 대한 기피 현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근해의 수산물은 이와 관련이 없다고 해도 사람들의 심리 상태는 이미 일본의 수산물과 같은 맥락에서 취급하고 있다. 급기야 일식당에서는 방사능 측정기까지 비치하고 손님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라고 한다. 하지만, 신뢰도는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도쿄전력이 '다른 원전을 재가동한다'는 뉴스가 떴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을 비롯해서 유수의 신문들은 이를 크게 비판하고 있고, 한국의 신문들도 이에 대한 우려의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너무나 위험스러운 일이다.

"이 책은 어리석은 인간들의 이야기다."

아사히신문사 계열 잡지사(AERA)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오시카 야스아키(大鹿靖明)' 씨가 쓴 '멜트다운(Meltdown)'에 들어있는 말이다. 이 책이 최근 한국의 출판사(양철북)에 의해서 한국어로 서점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2년 일본의 유명 출판사인 고단사(講談社)에서 논픽션 상을 받았던 책이다.

이 책의 이해를 위해 멜트다운(Meltdown)을 학술적인 의미로 짚어본다. 멜트다운(Meltdown)노심 용해(爐心鎔解, core meltdown) 또는, 원자로 용해(原子爐鎔解, nuclear reactor meltdown)라고 한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원자로의 노심(爐心)에 있는 핵연료가 과열이나 이상으로 인해 내부의 열(熱)이 급격히 상승해서 연료 집합체 또는 노심 구조물이 용해·파손하는 현상이다. 즉, 노심이 녹아내리는 것을 말한다. 최악의 경우는 원자로 압력 용기나 원자로 격납 용기, 원자로 그 자체가 파손돼 방사성 물질이 주위에 확산하는 경우도 있다. 노심 용융(爐心鎔融), 노심 융해(爐心融解) 라고도 한다(위키백과).

'오시카 야스아키(大鹿靖明)' 기자는 2011년 3월 11일. 멜트다운 즉 녹아내린 것은 '원자력 발전소만이 아니다'고 했다. '도쿄 전력은 물론 일본정부와 정치가들, 은행가들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녹아버렸다'는 것이다.

"멜트다운된 것은 원전의 노심만이 아니었다. 원인제공 기업인 도쿄전력의 경영진들, 책임을 져야하는 관청인 경제산업성 관료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보안원의 원전 전문가들, 도쿄전력에 2조엔(약 23조원)을 대출해주고 경영이 위험해지자 자신들의 채권을 보전하는 일에만 필사적이었던 은행가들, 미증유의 국난을 당했음에도 제정신으로 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정쟁으로 날을 보낸 정치가들, 그들 모두가 멜트다운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안전제일주의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일본에서 일어났다고는 도저히 믿기기 않은 일이다. 한국어 신간 '멜트다운'은 다음과 같이 끝을 맺었다.

"단호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걸 누구나 느끼고 있지만, 그 누구도 개혁을 할 수 없었다. 경제산업성과 전력업계가 만들어 놓은 질서는 완강했다."

그토록 '완강한 질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질서인가. 이것이 꼭 일본만의 일인가. 이 부분에 있어서 우리의 질서(?)는 어떠할까.

'완강한 그들만의 질서'에 의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