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여름은 뜨거웠다. 세계 경제의 중심지로 일컫는 맨해튼의 거리는 피부 색깔이 다른 세계 사람들로 붐볐다. 어디를 가도 사람과 차량으로 가득했다. 끊이지 않는 경찰차와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성난 동물들의 울음처럼 앙칼지게 들렸다.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건설 중인 '원월드트레이드센터'(OWTC·프리덤타워)를 찾았다. 건설 중장비들의 둔탁한 소리가 차라리 믿음직스러웠다. 1,776피트(541m)에 달하는 원월드트레이드센터의 전체 높이는 미국이 독립한 1776년에 맞춰서 1,776피트로 정했다고 한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 있는 '부르즈 칼리파(850m)' 다음으로 높다.

1,776피트의 꼭대기에 눈을 맞췄다. 하늘이 높고 푸르며 평화로웠다. 이토록 평화스러운 하늘에서 테러를 했다는 것은 죄악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도처에서 테러가 자행되고 있다.

미국, 영국 등이 주도하는 '시리아의 공습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연일 계속되는 관계로 세계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양적 완화 출구전략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필리핀, 베트남, 브라질 등 신흥국들이 크게 흔들리는 분위기다.

시리아의 화학무기 참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망자 수가 1300명이 넘는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 속에는 이해관계가 없는 민간인이 대다수 포함돼 있다. 화학무기 사용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인륜을 저버린 범죄행위다.

연일 불안한 뉴스를 생성하던 이집트가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슬람주의자들의 시위가 잦아들면서 군부 과도정부가 야간 통행금지 시간 단축을 발표했다.

뜨거운 여름 열기를 식히는 몇 가지 일들이다. 날씨마저 급격하게 서늘해 졌고, 하늘도 온통 먹구름이다.

"만약 2030년 쯤 미국이 안보 제공자 역할을 포기하거나 그 역할에 맞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면 국제 정황은 더 불안정해질 것이다. 국제 체제가 더욱 파편화되고, 기존의 협력형태를 더욱 자국(自國)에 유리한 것으로 생각지 않는 주요 국가들이 많아지면 경쟁과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 또한 커질 것이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의 미래예측보고서 <글로벌 트렌드 2030>에 쓰여 있는 이 문장은 두렵기 짝이 없다. '만약' 이라는 전제가 있지만, 미국이 세계의 맏형자리에서 내려온다면 세계는 걷잡을 수 없이 휘청거릴 것이다. 일본의 아소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한걸음 앞서서 미국의 국력 약화를 거론하며, '미국의 공백을 일본이 메워야 한다'고 호언(豪言)한다.

마냥 보고만 있을 일은 아니다. 세계 질서는 이미 지역적 색체를 띠면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글로벌 위기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세계의 흐름을 인지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훈련을 평소에 해야 한다. 언젠가 일어날 수도 있는 모든 위기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숙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흐름을 완벽하게 숙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노력 여하에 따라 근접하게 다가갈 수가 있다.

분쟁과 갈등이 없는 세상이 오긴 올 것인가. 검은 먹구름만 더욱 많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