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거 안정 대책이 전세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월세시장을 상대적으로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경기 장기 침체와 저금리 기조 속에 전세의 월세 전환이 대세로 굳어진 시점에 월세시장 안정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전세대책도 반쪽이 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월세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제안되고 있는 것은 월 임대료 보조금을 지원하는 주택 바우처, 월세 대출, 월세 일부를 과표나 세액에서 빼주는 공제, 임대료 규제 등이다.

◇ 전세-월세 비중 비슷한데 전세대책만..이상한 주거안정대책
16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 발표한 '2012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월세(반전세·월세·사글세 포함) 비중은 22.95%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전체 주택 가운데 월세 비중(22.95%)은 전세(29.32%)와 엇비슷한 수준이고, 전국 기준으로 보면 월세(21.62%)와 전세(21.79%)가 거의 차이나지 않을 정도로 세입자들의 주된 주거 형태가 됐다.

주택경기 장기침체속에 내집마련 수요가 줄며 자가 비율이 줄어든 데다 저금리로 돈 굴릴 곳이 마땅찮은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한 영향이 크다. 또 월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수익형부동산(도시형생활주택·주거용오피스텔) 공급이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전·월세 대책은 주로 전세시장에 무게를 둬 왔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목돈 안드는 전세'나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고 있는 전세자금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전셋값 급등의 주요 원인이 주택을 매입하지 않고 전세 거주로 몰리는 데 따른 전셋집 품귀현상이라는 점에서 전세대출의 확대는 근본적 해결책으로 거리가 멀고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만 증가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팀장은 "다른 나라에서 보기 드문 전세는 주택시장 활황기에 집을 투자목적으로 보유하기 위해 세입자로부터 목돈을 일시에 받는게 유리해 생겨난 특수한 제도"라며 "결국 전세 물건이 늘어나려면 주택가격이 올라야 한다는 것인데 현재로선 인위적 부양이 어려워 전세 감소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월세 전환 추세가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월세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부족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월세 불안이 터지면 제어할 장치가 없어 속수무책"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월세 대출 지원은 보증금이 적어 세입자가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했을 때 금융권의 리스크 헤지(손실회피)가 어려워 관련 상품을 만드려면 전세대출보다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또한 지방자치단체 일부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주택바우처를 정부 차원에서도 조속히 실시해 월세시장의 안정화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주택바우처, 월세 공제, 공정임대료 등 다양한 주장 나와
국토부도 저소득 임차가구에 대해 임차료를 보조하는 주택바우처제도를 내년 상반기 도입을 목표로 소득기준과 지원금액 등 구체적 방안을 올해 안으로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재정 부담을 느끼고 있어 주택바우처의 지원 대상은 저소득 일부 계층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김규정 팀장은 "월세 지원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전세 재계약시 월세 전환 시점을 늦추기 위해 임대차 계약 기간을 현행 2년보다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주택금융공사에서 월세 대출에 대한 보증을 실시하고 있지만 보증금이 소액이어서 대출받을 수 있는 총액이 적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임차인의 직장이나 신용도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상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도 재정확대를 통한 바우처 지원 등 보편적 주거복지 강화를 꾸준히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반전세에 대한 세입자들의 정서적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홍보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활성화돼 민간의 월세 임대주택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월세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세입자들이 내는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혹은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송영신 한국1인가구연합 변호사는 "현재 월세공제제도는 소득 5000만원 이하로 제한돼 있는데 이를 모든 소득자로 확대하고 그 증빙으로 임대차계약서 사본을 제출토록 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월세 소득 신고를 거의 하지 않는 임대인의 월세 소득이 드러나 탈세를 막을 수 있어 소득공제에 따른 정부의 재정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정임대료 도입을 통한 월세의 가격 통제도 거론된다. 다만 정부의 가격 통제에 대한 반감으로 지난 대선을 앞두고 전·월세 상한제 도입 여부가 논의됐으나 그 이후 흐지부지된 상태다.

송 변호사는 "영국과 독일 등 선진국 정부들은 공인된 임대료 기준인 공정임대료를 발표하고 임대료 책정과 상승률을 직간접적으로 제어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특성에 맞게 공정임대료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지금부터라도 심도있게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세입자의 월 임대료 납부에 대한 소득공제를 포함한 대책들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단언하기 어렵지만 월세시장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검토해 볼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