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은 이 나라의 화폐인 과라니(Guaraní)다. 우리의 환율로 보면1/4에 해당 되지만 100,000 과라니(Guaraní)를 꺼내면 동그라미에 겁을 먹는다. 그러나 물가가 싸서 큰 부담이 없다.
과라니(Guaraní)는 화폐단위이기도 하나 파라과이와 브라질 남부에 거주하는 원주민을 일컫는다. 과라니 족(族)은 생김새가 동양인과 유사하고 성격은 호전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거주 지역에는 방책(防柵)을 치고 살았으나 5년마다 취락을 이동하는 화전(火田) 농경민들로 옥수수·감자 등을 재배하고, 수렵으로 생계를 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과라니 족(族)은 16세기까지 약 50만 명이었으나,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면서부터 90% 이상이 혼혈이 되었고, 순수 원주민은 10만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다.

파라과이 정부는 이들의 언어인 과라니어(語)도 스페인어와 함께 국가의 공식 언어로 채택하고 있다. 원주민을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는 국가 시책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필자의 파라과이 일정은 일단 아순시온(Asuncion)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파라과이의 수도인 아순시온(Asuncion)은 인구가 85만 명이다. 파라과이의 전체 인구가 70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10%가 조금 넘는 인구가 아순시온에 모여 사는 셈이다. 아순시온의 이름은 어떤 유래를 가지고 있을까?

"성모가 하늘에 오르다(Asunción de María)."

아순시온은 가톨릭의 용어로 '성모마리아의 육체와 영혼이 함께 천국에 올랐다'고 하는 신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나라의 90% 이상이 천주교인 것을 보면 타당성이 있는 이름이다. 성모(聖母)의 승천을 기념하는 날은 8월 15일이다. 이 기념일은 1950년 로마의 교황 바오로 12세에 의해서 정식으로 선포되기도 했다.아무튼, 이 도시는 고층 건물이 거의 없어서 물가만큼이나 높이가 낮다. 단지, 역사(歷史)의 때가 묻은 오래된 건축물들이 유럽의 고도(古都)를 연상케 했다.

그래도 출퇴근 시간이면 차량들의 정체가 심한 편이었고, 세계 자동차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국적이 다른 자동차들이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현대차와 기아차가 제법 눈에 많이 띠었다.
그러나, 기찻길은 녹이 슬어 있었고 1990년대에 멈춰버린 기차는 기약 없는 개통을 기다리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또한 중후한 석조 건물인 역사(驛舍) 주변에는 노숙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하구나.'

때마침 우기(雨期) 철이라서 때때로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잠깐 동안의 폭우였는데도 도로에 물이 넘쳐흘렀다. 자연이 인프라(Infura)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 나라의 실상을 그대로 알리는 듯했다.

'땅이 넓고 자원이 풍부한 기회의 땅 파라과이-'

과라니를 안고 사는 아순시온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미래 창조를 위한 잔잔한 움직임이 일고 있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