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편집 : 2024.4.23 화 18:52

홈 > 뉴스 > 투자리포트 > 장상인칼럼

레미제라블

2012년 12월 27일 (목) 11:01:17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2012년이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저만치 멀어보이던 2013년이 어느새 뚜벅뚜벅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이다. 참으로 많은 일을 겪은 한 해였다. 2012년-. 여러 가지 일 중에서 필자를 가장 감동시킨 것은 한 편의 영화였다.

<레미제라블>

필자뿐만이 아니다. 이 영화는 전국적으로 커다란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레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 1802-1883)'의 소설을 테마로 한 뮤지컬 형식의 영화이다. 이 영화는 영상과 음악을 조화롭게 버무려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레미제라블>이 그동안 셀 수 없을 정도로 빈번하게 영화로 탄생했는데도 이토록 인기를 끌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고달픈 생(生)을 살았던 한 사나이의 슬픈 스토리 때문 일 것이다.

"사회의 구조 아래에는 무섭도록 복잡한 폐허가 있고, 갖가지 종류의 동굴이 있다. 종교의 갱도(坑道)가 있는가 하면 철학의 갱도가 있고, 정치의 갱도가 있는가 하면 경제의 갱도, 혁명의 갱도가 있다. 어떤 사람은 사상을, 어떤 사람은 수학을, 어떤 사람은 분노를, 곡괭이로 파들어 간다."

소설 <레미제라블>에 들어있는 갱도(坑道)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광산의 이야기가 아니라 갱도(坑道)를 통해 모순된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지하 갱(坑)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기 때문이다.

가난과 굶주림 때문에 한조각의 빵을 훔치다가 붙들려 감옥살이를 하게 되는 장발장. 네 번의 탈옥 끝에 불어난 형량은 무려 19년. 1796년에 들어간 감옥을 1815년에 나왔으니 참으로 길고도 긴 세월 동안 캄캄한 감옥에 청춘을 감금했다. 그는 왜 빵을 훔쳤을까.

장발장은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누이 밑에서 자랐다. 누이도 아이들이 많아 빵 한 조각이 아쉬운 고난의 생활을 거듭했다. 그 상황을 소설은 이렇게 풀이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품에 있을 때부터, 누이에게 길러졌을 때부터, 결코 다정한 말과 친절한 눈길을 만난 적이 없다. 괴로움에서 괴로움으로 넘어오며 그는 점차 하나의 확신에 도달하여, 인생은 투쟁이며 그 투쟁에서 자신은 패배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던 것이다."

장발장은 증오심 이외엔 아무런 무기도 갖지 못했다. 그는 감옥에서도 복수의 칼을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빵을 훔친 일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도 과도한 형량에 대해 사회와 하늘의 섭리(攝理)까지도 유죄로 단죄했다. 스스로 정한 율법이다. 출옥 후 장발장은 변신을 통해 시장이 되기도 하고, 전과자로 밝혀져 잡혀가기도 한다. 그러던 중 고아 '코제트'를 양녀로 키운다. 그리고, 죽음을 맞는다.

"나는 행복하게 죽어간다. 너희들의 사랑스러운 머리를 아래로 내밀어 주렴. 내 손을 그 위에 놓게 해다오."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우리말로 번역하면 '불쌍한 사람들'이다. 프랑스 혁명기를 배경으로 불쌍한 사람들의 삶과 고난이 그대로 녹아 있다.

불쌍한 사람들이 그때뿐이랴. 오늘날도 우리 주변엔 불쌍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직도 '민중의 노래'를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른다.

"너는 듣고 있는가/ 성난 민중의 노래/ 노예를 거부하는 민중들의 뜨거운 숨결/ 우리 심장의 고동/ 북소리 되어 울릴 때/ 새날은 밝아오네/ 태양과 함께."

'불쌍한 사람들(Les miserables)'이 행복을 찾는 2013년의 새 날, 새 시대를 기다려본다.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