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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鹽) 이야기

2012년 10월 10일 (수) 14:46:49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제가 세계 여러 나라의 섬(島)들을 돌아다녀 봤지만, 우리나라 신안군의 섬들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말로써 다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유명 사진작가 배병우(62) 선생이 제11회 KIAF(국제 아트 페어)에서 한 말이다. 배 선생은 "신안군에는 1004개의 섬이 있어서 '천사의 섬'이라고 한다"면서, "섬들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작가의 눈에 진하게 각인(刻印)될 정도로 아름다웠다면 '진정 아름다울 것'이다. 필자는 배병우 선생의 말을 떠올리면서 신안군의 한 섬을 찾았다. 그 섬은 다름 아닌 증도라는 낙도다. 증도대교가 연결돼 있어 배를 타지 않고 차로 달릴 수 있다는 점도 선택 요소 중의 하나였다.

섬에 들어서자 '슬로시티(Slow City)'라는 안내문이 필자를 반겼다. 이 섬은 '2007년 국제연맹으로부터 아시아 최초로 느림 마을로 지정을 받았다'고 했다. 스피드의 시대- 세상이 온통 숨이 막히도록 빨라지는데, 때로는 'Slow- 느림'이라는 것이 필요하리라. 고불고불 섬 길은 바로 '느림' 그 자체였다. 낮은 언덕과 자그마한 집들은 물론 드넓은 갯벌을 타고 불어오는 소금기 가득한 바람도 값진 보물이었다.

필자는 바다의 향기(?)에 취해 두리번거리다가 우연히 <소금 박물관>을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아이들을 동반한 사람들이 줄줄이 박물관으로 들어왔다. 이 소금 박물관은 1945년 염전 초기에 건축된 석조 소금창고였는데, 1980년대 중반 목재 창고로 대체된 후 박물관으로 거듭났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맨 처음 눈에 띈 설명이 "소금은 소(牛)나 금(金)처럼 귀한 물건 또는, 작은 금(小金)이라는 말에서 유래됐다"는 것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소금의 염(鹽)자는 '소금에 대한 국가의 지배를 뜻한다'는 안내문도 의미가 있었다.

소금 전문가 유승훈 씨도 <작지만 큰 한국사, 소금>이라는 책에서 '소금 염(鹽)자를 풀어쓰면 신하(臣)가 소금 결정(鹵)을 그릇(皿)에 두고 지키는 뜻이다'면서 '서양에서도 같은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고 했다.

"샐러리(salary)의 어원은 소금(salt)이며, 로마 병사는 소금으로 월급을 받았다. 중세 이후에도 소금 그릇은 금으로 칠하였고, 근대의 사람들도 소금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을 쳤다."

<소금 박물관>은 소금의 역사, 미네랄 함유량, 소금의 생산 과정과 보존 등 초등학교 교과서처럼 쉽게 정리돼 있었다.

신안의 증도에는 이처럼 귀하고 품질 좋은 천일염이 유명하다. 규모나 품질 면에서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천일염은 생태학적 갯벌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천연 갯벌을 잘 보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섬에 다리가 늘어나 교통이 편리해짐과 동시에 펜션이나 놀이 시설, 심지어 하늘을 아프게 하는 고층 아파트까지 우후죽순 생겨날 우려가 있다. 무분별한 건설로 인하여 자연의 보고(寶庫)가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금 박물관 벽에 걸려 있는 류시화 시인의 <소금>이라는 시도 구구절절 감동의 물결이다. 바다의 아픔, 바다의 상처, 바다의 눈물...우리 모두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소중한 언어(言語)들이다.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란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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