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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날에-

2012년 08월 20일 (월) 11:04:03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이래저래 뜨거운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 올림픽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온 나라가 다시금 뜨겁게 불타고 있는 것이다. 한일 간의 뜨거운 격랑(激浪), 대선 주자들의 뜨거운 설전(舌戰), 현대미술관의 뜨거운 화재(火災), 재벌 총수에 대한 뜨거운 실형(實刑).....어느 것 하나 뜨겁지 않는 것이 없다.

"글로벌 기업일수록 투명해야 합니다. 해외 사업을 이유로 선처를 바라는 것은 잘못된 인식입니다. 징역 3년을 선고합니다."

한화 그룹 총수 김승연 회장의 법정 구속 소식을 접하던 순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어느 중견 기업의 총수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조용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로 법정을 뜨겁게 달구던 한 부장 판사의 목소리가 새삼 떠올랐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언론들도 "경제가 어렵고,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예상을 뒤엎은 판결이다"면서, 사법부의 달라진 모습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인식되었던 기업 총수에 대한 보편적인 공식(?)이 깨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한화그룹 전 종업원이 술렁일 뿐 아니라, 경제계 전체가 긴장 모드로 변하면서 향후의 사태 추이(推移)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무튼, 한화의 애태움은 80억 달러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사업이다. 우리나라 건설 사상 최대 프로젝트로 세계를 놀라게 한 대역사(大役事)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憂慮)가 크다. 이라크 신도시 건설은 김 회장이 진두지휘하여 일궈낸 프로젝트이고, 앞으로 이어지는 후속 공사도 그의 역할이 절대적이란다. 벌은 받되 큰일을 통해 속죄토록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는 없는 것일까? 재판부는 "경영 공백이나 경제 발전의 공로가 집행유예를 위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기업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목표는 당연히 이윤 추구이다. 하지만, 기업이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한다고 할 지라도 '사회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이미지는 성장 추구만으로는 '좋은 평판'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 다음과 같은 4가지 요소가 함께 작용해야 좋은 이미지가 형성된다.

첫째,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아야 한다.
둘째, 매출이나 이익 등 기업의 실적이 좋아야 하고, 성장성이 있어야 한다.
셋째, 경영자가 투명한 경영을 하고, 종업원들이 정직하고 근면하게 일해야 한다.
넷째, 회사의 사풍이나 기업 문화를 건전하게 수립해 그 전통을 길게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

기업이 매출을 늘리고 이익을 많이 내어 종업원들의 복지 향상이나 사회 공헌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투명하지 못한 경영으로 인해 사회의 호감이나 믿음을 얻지 못하면, 아무리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도 좋은 평판을 받을 수 없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대 아테네에서 소크라테스가 던진 질문이다. 이 질문은 21세기의 뜨거운 여름날에 던져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정직하게,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며 소박하게 사는 것'이 정답(正答)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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