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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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나는 봄(春)

2011년 03월 29일 (화) 16:34:47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 봄은 멀다/ 먼저 든 햇빛에/ 개나리 보실 보실 피어서/ 처음 노란 빛에 정이 들었다."
김광섭 시인의 '봄'의 일부다. 시구(詩句)처럼 '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 봄이 멀리 달아나는 3월 말(末)이다.
요즈음의 날씨가 새봄에 자주 쓰는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구나.' 4월이 가까이 다가왔는데도 추운 기운이 대지를 휘감고 있어 사람들을 움츠리게 한다. 강원도는 물론 경북·충청지방에도 눈이 내리니 전국적인 봄철 대설특보라도 내려야 할 판이다. 이러다가 '개나리가 보실 보실 피어 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봄추위는 우리나라의 상황만이 아니다. 해외의 큼직한 뉴스들이 안방에 파고들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춥게 한다. 가까운 이웃 일본은 봄을 기다릴 여유도 없이 연일 방사능과 사투를 벌이고 있고, 멀리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는 미·영·불 연합군이 카다피를 향해 엄청난 공습을 감행하고 있다. 미사일이 떨어진 은둔지에서 "나 여기에 있다"고 목청을 높이는 카다피가 언제까지 버틸지 궁금하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목숨을 건 싸움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구도, 사람도, 온통 상처투성이다.
해외 못지않게 국내 뉴스도 '메가톤' 급이다. '상하이 스캔들'에 이어 가짜 학력문제와 주요 인사와의 부적절한 문제로 뉴스의 중심에 섰던 한 여인이 이제는 책을 들고 나와 온 나라를 들쑤셔놓는다. 책의 제목도 자신의 수형번호인 '4001'로 하여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필자가 그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으나 이미 언론에 노출된 부분이 많아 그 내용에 짐작이 간다. 저명인사들을 실명으로 거론하여 파장을 일으킨 탓에 유명세를 타고 있다. 보들레르의 <악의 꽃> '정담(情談)'의 한 구절을 떠올려 본다.

"오, 아름다움이여. 영혼의 신랄한 징벌의 채찍이여!"

우리나라 헌법 제 21조 1항에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4001'의 출판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 없지만, 책의 무게 중심이 일방으로 기울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세상이 침울해서 일까? 봄이 세월의 흐름을 망각하고 자꾸만 멀리 달아난다. 달아난 봄이 몰고 온 슬픔이 봄 눈(雪)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한다.
부동산시장의 봄도 다를 바 없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폐지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예정대로 돌려놓는다'고 한다. 분양시장의 봄 기지개를 기대했던 건설업계는 DTI 규제 부활에 따른 매수 대기자의 심리적 위축을 경계하고 있다. 새 봄 들어 조금씩 풀리던 분양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오랫동안 숨통을 조였던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한 가닥 희망이다. 재개발·재건축 분양 가격이 5-10% 정도 오를 수 있지만, 주택 공급의 활성화에 힘입어 심각한 전세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거대한 도시의 수없이 많은 빌딩과 상점과 도로, 거기에는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사람의 행위가 있고 그 모든 것에 나름의 의미와 의의가 있을 것이나, 그 가운데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독특한 세계관의 일본 작가 '나카무라 코우(中村航, 42)'의 단편소설 '허밍 라이프'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작가의 묘사대로 이 거대한 도시에서 일어나는 상상할 수 없는 사람들의 행위가 복잡하고 어려워서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경제·사회·문화는 물론 자연재해가 더욱 난해하다. 하지만 우리는, 난해한 현실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이는 곧, 삶의 지혜(知慧)이기도 하다.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여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도, 리비아도, 우리사회도, 오늘의 아픈 상처를 치료하면 보다 나은 미래가 열릴 것이다. 달아난 봄이 활짝 웃으며 하루 빨리 우리의 곁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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