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론 한번도 맞은 적 없어
일본ㆍ미국 버블 붕괴 한국과 달라
수도권 외곽과 지방은 공급량 조절

한정훈 미래가치투자연구소 대표

최근에 경기상황이 안좋다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각종 매스컴 및 민간연구소들에서도 거품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기준이 되는 강남에서도 재건축아파트들의 가격이 빠지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계속되어 많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경기상황이 좋을 때는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안좋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부동산버블이란 무엇인가? 부동산버블이란 적정가격보다 지나치게 가격이 오른 상태를 나타내는 것인데 버블이 끼어 있다 해도 버블이 터져 나오기 전에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버블론에 동의하던, 하지 않던 간에 경제학자들은 부동산가격이 급격한 호황일 때를 버블이 형성됐다고 보고 부동산가격이 급격한 불황일 때를 버블의 붕괴로 보는데, 그것은 급격한 호황과 불황이 가져올 부작용이 때문인 것이다.

사실 버블논란은 이제 시작된 것이 아니라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매스컴이던 민간경제연구소에서 경고(?)를 해왔지만 많은 분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시리라 본다. 잠시 대표적인 기사들을  정리를 해보면, ▲2003년 당시 ‘부동산 불패신화 ,종언 고하는가 (시사저널)’, ‘부동산시장 거품붕괴 임박했다(위클리경향, LG경제연구소 등)’ ▲2006년에는 ‘부동산버블 이렇게본다(이코노미스트)’, ‘잇따른 부동산버블경고, 외국도 논쟁중(주간조선)’ ▲2008년에는 ‘빚으로 쌓은 주택버블붕괴 불가피(주간동아)’, 쏟아지는 급급매물 아파트잔치 끝났다.(이코노미스트) ▲2010년에는 ‘부동산거품붕괴 더 이상 전망아닌 현실(프레시안)’, ‘부동산시장 거품 붕괴, 본격적인 신호탄인가(경향닷컴)’ 등이다. 이것 외에도 더 많은 기사들이 있으나 생략하기로 한다.

버블 붕괴론자들은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대상으로 얘기하면서 한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의 버블붕괴과정을 보면 한국과는 많은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일본·미국 위기 원인은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70년대~80년대 2차 글로벌 오일 쇼크를 근검절약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갔고, 저임금을 무기로 수출주도형경제로 막대한 대미무역흑자를 내고 있었다. 이로인해 미국과 통상마찰을 빚어 1985년 선진 5개국 정상회담에서 달러가치를 평가 절하기로 한 ‘플라자합의’를 맺어 1달러가치가 250엔이던 것을 120엔으로 평가 절하시키게 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엔화강세가 이어지자 이자율을 낮추게 된다. 이자율이 낮아지면 자금이 더 높은 이자를 찾아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엔화도 약세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으나 오히려 이자율이 낮아지자 일반인들의 자금은 부동산과 주식에 몰렸다. 재테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게 되고 은행들은 고객을 찾아가며 돈을 빌려주고 부동산에 투자하게끔 유도했다. 일본 6대도시의 땅값은 1985년 이후 5년 만에 3배나 뛰는 급등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일본정부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크게 올리고 대출을 금지하자 부동산과 주식은 일순간에 무너지게 되었다. 특히 은행부동산담보대출을 담보가치보다 높은 120% 이상을 해줬고 부동산이 하락하자 은행들도 덩달아 부실채권덩어리를 안고 파산의 길을 걷게 된다. 이것이 10년 이상의 장기불황을 겪었던 일본의 현실이다.

미국의 경우도 일본과 아주 유사한 사례를 보여주는데. 간단히 살펴보면 미국도 2000년 IT주식거품의 붕괴와 9.11테러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를 주택경기부양으로 만회하고자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극단적인 금리인하를 하면서 주택구매 후 폭발적인 가격상승 경험을 하게 되고, 부유층, 중산층을 거쳐, 신용상태가 좋지 않은 서민계층까지 대출을 해주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부동산가격이 오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말이다. 서민계층까지 대출을 해줬던 시한폭탄인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담보대출)가 결국 주택가격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금리인상으로, 말미암아 주택시장침체로 연결되고, 주택가격급락으로 인한 서민들의 주택차압, 은행부실로 인한 파산 등 금융위기로 번져 세계경제위기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금융규제ㆍ인구밀도 등 고려해야

우리나라의 버블론 중에서 가장 핵심을 살펴보면,
1)버블론자들은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말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공통점은 담보가치보다 높은 120~130%의 대출을 부동산이 오른다는 망상아래 아무런 대책 없이 해줬다는 것이고 우리나라는 LTV, DTI라는 규제가 있어서 담보가치의 50%에서 80%까지 대출을 인정해왔다. 이런 규제가 왜 생겼을까? 일본의 장기불황을 보면서 그에 대한 방어막을 사전에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 없는 레버리지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전세제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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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버블론자들은 GDP 대비 부동산가격이 일본과 미국에 비해 높다고 말한다. 여기서 간과한 것이 있다. 인구밀도는 전혀 생각지 않은 것이다. 실제 서울의 인구밀도가 뉴욕의 8배, 일본의 3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높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3)버블론자들은 인구의 감소에 따른 수요감소 및 매물증가를 말한다.
주택의 수요는 단순인구의 증가, 감소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구 수의 증감이 더 영향을 준다고 보여진다. 통계청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는 2018년에 4934만명 수준으로 정점을 이룬 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가구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30년에는 1987만1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일 그들이 주장하는 데로 ‘인구수감소=집값폭락’의 공식이 맞다면 오랫동안 인구감소로 고민해온 프랑스파리와 영국런던이 최근까지도 높은 집값에 시달려온 이유를 어찌 설명할 것인가?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3인가구와 4인가구의 감소는 2030년을 기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중대형평형의 주요 층인 50대 수요층도 2023년도나 되어야 감소하는 걸로 나타나고 있다. 버블론자들은 집을 줄여가서 매물이 많이 쌓일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은퇴로 인해 소득이 줄어 곧바로 주택을 처분하면서 ‘주택 다운사이징’을 시도하는 것을 전제로 베이비부머 은퇴이후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논리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아울러 베이비부머세대 원년의 장본인들인 50대 초중반의 국내 장년층들 중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현재 나이가 들면 자식이 우선이라는 의식에서 점차 아파트를 활용하여 노후를 보장받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최근 급증한 주택연금 가입자수를 확인하면 이러한 추세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부동산거품론, ‘밑져야 본전’

결론적으로 부동산거품론은 오래전부터 현시점까지 계속 반복되어오고 있는 것이고, ‘안맞으면 다행이고, 맞으면 내말이 맞다’는 식으로 ‘밑져야 본전’인 셈이다.
필자가 “내년시장에 부동산 가격 폭등하니 지금 빨리들 사십시요”라고 했는데 내년에 폭락을 했다면 모든 사람의 뭇매를 맞고 부동산 뒤편으로 사라져야 하지만, “지금 시장보다 내년에는 부동산이 반값이 되니 지금 정리하십시요”라고 했는데 내년에 부동산이 오른다면, 필자는 그냥 묻어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가격이 폭락하지 않아 다행이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것이다. 그리고 왜 안떨어졌나고 물어보면 할 말도 있다. “정부에서 부양책을 쓰니 안떨어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폭락할 것이다” 상당히 재미있지 않은가?

일본은 엄청난 경제부흥에 의한 유동성과잉과 120%에 이르는 담보가액을 대출해줬다. 미국도 130%의 담보가치의 인정과 서브프라임모기지의 불평등대출조건과 금융상품의 부실로 부동산이 폭락했다. 우리나라는 행정복합도시, 기업도시 등 개발계획을 미리 발표하면서 건설업체들이 아파트를 묻지마 식으로 대거 분양했다. 특히 건설업체들이 중대형을 무차별공급해서 수요보다 과잉공급현상이 나타나 중대형평형의 가격이 빠지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수요공급의 균형이 맞으면, 기존 수요층은 탄탄하게 살아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주택시장은 일정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고 보여진다. 향후 주택시장은 거품붕괴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과 서울 연접지역 대 수도권외곽 및 지방의 양극화현상으로 봐야 될 것이다. 아직 주택공급이 현저히 부족한 서울과 연접지역은 과감한 공급 드라이브 정책을, 수도권 외곽 및 지방은 공급량조절이 시급하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한마디 더 첨언한다면 민간경제연구소들도 부동산거품론을 말할 것이 아니라 만약 부동산에 거품이 끼어 부동산이 붕괴된다면 부동산만 붕괴되는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경제전체가 무너지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만일 그들의 주장대로 거품 때문에 부동산이 붕괴된다면 어떻게 우리가 대처해야 피해를 최소화할지 등을 사무실이 아닌 현장도 나와 보고 해서 실상을 파악하고 거품에 안 빠질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연구를 하는것이 경제연구소들의 본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