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자동차는 미 의회의 공청회에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ㆍ54)사장이 출석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한때 사장의 출석 문제를 두고 설왕설래 했지만 결국 나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작금의 리콜(회수·무상 수리) 문제로 도요타의 사장이 미국에서 해명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리콜의 경위나 원인,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증언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도요타 자동차는 제품의 리콜이라는 불명예의 왕관을 쓰고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일본의 '모노즈쿠리(Monodzukuri)'가 크게 흔들리는 대목이다.

 '모노즈쿠리(Monodzukuri)'는 우리말로 직역하면 '물건(物) 만들기(造り)'로 풀이할 수 있으며 영어로는 'Manufacturing' 쯤으로 통용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모노즈쿠리' 자체가 보통명사가 되어 일본의 제조업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그렇다면 '모노즈쿠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통상 제조업에 쓰이는 기술과 사람을 지칭한다. 단순 작업에서의 기술이 아니고 특히 장인(匠人) 등의 손에 의한 고도의 제조 기술을 의미한다. 일본인들은 '생산기술'이나 '제조 기술'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하지만, 이는 메이지(明治)시대에 서양의 'Industrial Engineering'을 번역한 것으로써 '서양으로부터 들어 왔다'는 이미지가 연상되었었다. 하지만, '모노즈쿠리'는 말 자체에서 일본인의 정교한 솜씨가 떠오른다.

 어찌했던 세계 1위를 달리던 도요타자동차의 리콜문제는 일본의 제조업과 장인(匠人) 정신을 대변해온 '모노즈쿠리(Monodzukuri)'에 상처를 안겼다.
 자국 자동차 회사의 보호를 위해서 일까? 일본인들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만큼 도요타 문제에 심각하지 않다. 필자가 일본 출장 중에 감지한 분위기도 언론의 보도와는 사뭇 달랐다. 일본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여 후쿠오카 공항에서 택시를 타자마자 필자는 운전사에게 도요타(豊田) 사태에 대해서 물었다. 그런데 택시 운전사의 대답이 의외로 간단했다.

"글쎄요. 잘 해결 되겠지요." 머쓱해진 필자는 더 이상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 저녁시간 지인들과의 모임에서도 도요타 사태에 대한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실패(失敗)는 성공(成功)의 어머니(母)입니다." 요즈음의 도요타의 시련은 '더 큰 성공을 위해서 내공을 쌓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낙천적인 후쿠오카 사람들의 기질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급적 도요타 문제를 거론하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를 인지할 수 있었다. 일본 나고야의 한 언론인도 도요타가 일본의 기둥에 해당되는 기업이기는 하지만 도요타의 문제는 도요타에 국한될 뿐이라고 애써 외면했다.

"지금의 문제는 도요타 자신의 것 입니다. 도요타는 일본을 지지하는 기둥 같은 기업의 하나로 아이치 현의 세(稅)수입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나, 이 기업의 동향에 신경이 곤두서는 것은 아닙니다. 하이브리드 차(車)의 리콜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 조용해 질 것입니다. 도요타 사태는 기술적인 문제와 동시에  대처 능력이 미흡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의 리더십이다. 그동안의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계열로 환원되어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씨가 사장을 맡은 후에 이러한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아키오 사장의 대처능력이 아마추어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그의 리더십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요타 자동차는 1939년 현 사장의 할아버지인 도요다 키이치로(豊田喜一郞) 씨가 설립한 회사다. 여러 종류의 신차(新車)를 개발하면서 개가를 올리던 도요타가 자금난에 빠지게 되는 등 경영 상황이 악화된 적이 있었다. 1950년 '연말 자금 2억 엔의 융자가 없다면 도요타는 도산한다'는 최악의 사태에 이르렀던 것이다. 채권단의 협조로 융자를 받게 된 도요타는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새롭게 출발 한다는 의미에서 설립자인 도요다 키이치로(豊田喜一郞)씨가 사장자리에서 물러났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오늘의 도요타는 60년 전보다 더욱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이는 결코 남의 일만이 아니다. '물건 만들기'는 순간의 실수로 인하여 언제든지 야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