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은 지구의 표면이 흔들리는 현상을 말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지구의 암석권은 본디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지구 내부의 열을 원동력으로 하여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일정한 속도를 가지고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때 각기 다른 판이 서로 스치며 지나가는 곳에서 마찰에 의한 변형이 일어난다. 이러한 변형이 바로 지진인 것이다.

 지난 12일. 중남미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Haiti)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했다. 200년만의 최악의 강진이라고 한다. 대통령궁을 비롯한 정부종합청사ㆍ주택ㆍ호텔ㆍ병원ㆍ학교ㆍ도로 등이 무참히 쓰러지고 갈라졌다. 불과 수 시간 동안 28차례의 강력한 여진이 이어져 그 피해는 더욱 커졌다. 인구 200만 도시가 송두리째 붕괴 되어 말 그대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다. 정확한 피해 상황은 아직도 가늠할 수가 없다. 인간의 무력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이티는 대 안틸레스 제도의 서쪽 지역에 있는 섬나라다. 쿠바와는 8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아이티의 지형은 산세가 드센 편이고 해안 지대에는 평원과 강, 계곡이 많다.  특히, 60%가 산악 지대를 이루어 우거진 숲이 많다. 그런데, 근래 들어 침식이 심해지는데다 벌목이 성행하여 환경 파괴가 심각했다는 소식이다. 아이티의 삼림 채벌 문제가 국제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번의 지진과 함께 부각된 것이 아이티의 가난 문제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우리의 속담이 있다. 남의 가난한 살림을 도와주기란 끝이 없는 일이어서, 개인은 물론 나라의 힘으로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속담이 아이티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라 스스로 국민들에게 가난을 안겼기 때문이다.

 아이티는 비옥한 토지와 풍부한 자연 자원으로 한 때는 부자의 나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독재가 나라를 망쳤다. 1957년부터 1986년까지 독재 정권에 의한 횡포로 인하여 아이티의 비극은 극에 달했다. 29년 동안 독재 정권에 의해 살해된 아이티인이 1만 명을 상회했다. 거기에 자연재앙까지 괴롭히고 있으니 국민들의 궁핍은 불을 보듯이 빤한 일이다.

 1인당 국민소득 660달러. 하루 2달러로 살아가는 극빈(極貧)의 나라 아이티. 철분을 보충하기 위해서 진흙과자가 널리 유통되고 있다는 눈물겨운 사연이 겨울 추위보다도 더욱 매섭게 가슴을 파고든다.
 이 지구상에 이러한 과자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의구심을 자아내는 진흙과자의 사연은 이렇다. 진흙에 물과 소금, 마가린을 섞어서 말린 것이 진흙과자다. 아이티의 어린이들은 길거리에서 이러한 진흙과자를 즐겨 사먹는다고 한다. 이유인즉, 싸기도 하지만 소화가 안 돼 항상 배가 부르다는 매력 때문이란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이러한 과자를 사서 먹을까?

비극의 섬나라 이이티에 국제적인 구호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상처의 규모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깊기 때문이다.
 자연 앞에 무기력한 것이 인간이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아랑곳없이 자연을 파괴하여 분노를 사고 있다. 아이티도 결국은 삼림파괴로 인하여 해안이 침식되어 재앙을 몰고 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요즈음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아바타'의 키워드도 우주, 전쟁, 환경 등 3가지로 요약된다.
"마음으로 소리를 느껴봐. 숲과 동물이 교감을 나눠."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 대자연의 신비가 녹아 있다. '아바타'는 탱크, 헬기, 미사일 등 최첨단 장비와 대자연 · 원시의 대결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무리 첨단과학과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순수와 사랑과 믿음'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정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모든 정치적 결정에는 '순수와 사랑과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이 결여되어 국민들의 뜻을 거스르는 것도 일종의 재앙이다.
 비극의 섬 아이티인들의 피맺힌 절규(絶叫)가 온 세계를 울리고 있다. 우리는 아이티의 재앙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지진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