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실탄을 쏠 수 있는 가게가 번화가의 복합 빌딩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놀랍다. 게다가 그 사격장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사상자의 대부분이 일본인 관광객이란...."

일본의 유명 신문인 요미우리(讀賣)의 최근호 사설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다. 11명의 인명을 앗아간 부산 <가나다라> 사격장의 참사는 우리의 고질병인 안전 불감증을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요미우리(讀賣) 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매스컴들은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격렬한 불길과 연기로 가게 안의 사람들은 도망칠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방음을 위해서 밀폐도가 높은 실내 구조를 만든 것이 다수의 사상자를 낸 한 요인이라고 했다.

더불어 일본의 매스컴들은 사격장의 영업 허가는 한국의 문제이지만 당국에 의한 사격장의 안전 점검은 총의 관리나 방음 대책에 역점을 두고 화재에 대한 규제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했다. 아울러 '한국 당국은 방화 체제를 재검토해 재발 방지를 도모하는 것과 동시에 사격장의 허가 기준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 주었으면 한다'는 당부도 했다.

일본인 관광객 7명이 참변을 당한 이 번의 사고에 대해 일본의 신문들이 사설을 통해서 적시한 지적들이 통렬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일이다. 그들의 지적대로 도심 한 복판에서 어찌 이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인가.

우리는 사고가 날 때마다 후진국 형인 시설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통로가 비좁고, 비상구가 없으며 유해물질에 의한 질식사 등이다.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같은 류(類)의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면허 없는 초보자도 안심" "스트레스 해소" 부산의 사격장은 일본 관광객들에게 이색체험이라는 측면에서 대인기를 끌고 있는 관광 상품이다. 하지만 협소한 시설에서 화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가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었다.

해외여행은 자국에서 체험할 수 없는 독특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이문화(異文化)의 체험이라는 측면에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안전문제를 우선으로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부산은 규슈의 후쿠오카에서 뱃길을 이용해도 2시간 5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부산항 근처에 있는 국제시장 등 폭 3미터의 좁은 도로 양측에 늘어서 있는 양복점, 토산품 가게, 안경점 등은 일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손꼽힌다. 그런데 이러한 참사 현장이 연일 보도되고 있으니, 일본 관광객들의 불안감이 고조될 것임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사실이다. 이러한 참상을 본 일본의 관광객들이 앞으로도 부산을 찾을 것인가.

일본의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또, 실탄 사격장의 이름이 <가나다라>인 점을 예시하면서 "가나다라는 일본어의 기본 문자(영어의 ABC)에 해당된다"고 했다. "기본준수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명칭의 시설에서 필수적인 사항인 안전이 붕괴되었다"고 <가나다라> 사격장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다. 사격의 <가나다라>는 그럴듯했는지 모르겠지만 안전의 <가나다라>는 빵점이다.
 이러한 안전문제는 시설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시설물을 세우는 건설현장의 안전 불감증도 문제다. 건설 현장 곳곳에서 추락하고, 매몰되는 사고가 빈번하다.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는 대부분 정해진 안전수칙을 무시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건설 관계자들은 시공물의 생산관리와 품질관리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안전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안전은 곧 고귀한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가나다라> 사격장에서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의 유해를 실은 비행기가 김해 공항에서 일본 후쿠오카로 떠났다. 고인들은 말이 없지만 가족들의 오열은 폐부를 찔렀다. 정부 당국은 물론 여행사, 관광객을 상대하는 모든 업소가 자숙하고 반성해야 한다. 돈만 벌면 된다는 염치없는 사고(思考)가 엄청난 화를 부르며 국가의 체면을 세계적으로 망신시키기 때문이다. '안전은 사회적인 책임이다'라는 말을 새기고 또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