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공기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질이다. 그래서인지 인류 역사는 모두 물과 관련이 있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를 봐도 그러하다. 메소포타미아의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이집트의 나일 강, 인도의 인더스 강, 중국의 황하 유역이 모두 큰 강을 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인류가 국가를 건설하고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물과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물이 점점 고갈되어가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10억 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는다"면서, "세계가 힘을 모아 물 관리를 잘하자"고 역설하여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비행기에서 프랑스학술원 회원인 석학 '에릭 오르세나(Erik Orsenna)' 박사가 쓴 <물의 미래>라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주제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책을 통해서 유엔 총회의 기조연설을 마무리 했다고 한다. 이유인즉, 이 대통령 자신이 물과 깊은 관계가 있어서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시절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청계천을 복원시켰으며, 아직도 여론이 분분한 4대강 개발이라는 미완의 숙제를 안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저자가 주장한 '치수(治水)가 정치의 핵심'이라는 대목에도 주목하고 있을 듯싶다.

 <물의 미래>의 저자 '에릭 오르세나'는 '목화'를 주제로 한 <코튼 로드>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코튼 로드>는 세계화의 규칙과 비밀스러운 이면에 대해 탁월하고 절제된 언어로 풀어낸 역작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가 또 다시 '물'을 테마로 하여 <물의 미래>라는 책을 선보여 각광을 받고 있다. 저자는 2년 동안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인도, 방글라데시, 이스라엘, 세네갈을 비롯한 아프리카와 지중해 연안 국가에 이르기까지 물 위기의 현장을 구석구석 찾아 다녔다. 그 곳에서 그는 가뭄과 홍수, 물로 인한 질병으로 생존의 경계에 서있는 사람들과 만났다. 그리고 그는 절박한 결론을 도출했다. "지금 물의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의 희망이 없다"

 더불어 그가 제시한 여러 가지 테마 중에서 농부에 대한 부분도 눈여겨 볼만하다. 농부들이야말로 자연을 사랑하고 물을 아끼면서 순수하고 정직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을 가장 많이 쓰는 사람들은 단연 농부들이다. 지하수 층과 강물을 오염시킨다는 지탄을 받는 것도 농부들이다.....인류에게 몰아닥친 중대한 위협을 제일선에서 맞서 싸우는 사람도 역시 농부들이다. 어디나 할 것 없이 경작할 땅은 줄어만 가고, 토양은 척박해지며, 투자는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로 인한 전쟁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에릭 오르세나'는 또 종교전쟁, 영토분쟁, 석유파동보다 더욱 파괴적인 물 전쟁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물을 화학적으로 보면 산소와 수소라는 두 가지 물질의 결합체(H2O)다. 이 결합체는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에릭 오르세나'는 물의 이러한 성질을 인간의 삶에 비유했다.

<산소는 바람기 많으며 부정적인 녀석들에게 태생적으로 끌리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끌림은 본래 긍정적인 성질 속에 끌리는 수소를 불안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물은 소금을 만나면 물을 이루고 있는 두 요소는 결별로 치닫는다.> 유머 넘치는 묘사지만 결론적으로는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하자'는 얘기다.
 일찍이 문인들은 '강물은 시인의 마음으로 굽이치며 철학자의 가슴으로 흘러가면서 사랑과 삶의 법칙, 역사의 흐름을 깨우쳐 준다'고 했다. 사랑과 삶과 역사의 흐름이라는 '낭만(浪漫)'은 차치하고, 물이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각되고 있으니 걱정이 앞선다.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온 <물의 미래->  '항상 넘쳐난다'는 의식 속에 잠재한 물이 더 이상 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틀림없다.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껴 써야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