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에 감춰진 충격적인 비밀을 파헤친 장편소설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8,100만 부나 팔렸다. 한때 평범한 교사였다는 작가 '댄 브라운(Brown)'은 이 한권의 책으로 1억 7,000만 파운드(한화 3,400억 원)를 거머쥐었다고 한다. 50여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를 휩쓸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댄 브라운'의 신작이 이번 주에 발간된다는 소식이다. '잃어버린 상징(The Lost Symbol)'이라는 소설은 '다빈치 코드'의 속편 격이다. 이 소설에도 '다빈치 코드'에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하버드대학의 교수 '로버트 랭던(Langdon)'이 등장한다고 한다. 작가의 명성 때문일까? 초판 발행 부수가 무려 500만 부에 달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미국의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꾸준하게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는 일본 소설이 있다. 아오키 신몬(靑木新門, 72세)이 쓴 납관부(納棺夫) 일기다. 이 책은 제81회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영화 '굿-바이'의 원작 소설이다. 독자들의 입소문에 의해서 베스트셀러가 된 '납관부(納棺夫) 일기'를 쓴 작가는 와세다 대학을 중퇴하고 일본 도야마(富山)시에서 카페를 경영하다가 파산하기도 했다. 시인인 그는 관혼상제 회사에 취직하여 납관(納棺) 일을 했다. 이 책은 그가 납관 일을 하면서 느꼈던 체험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개인적 일기는 대부분 지루한 경우가 많으나 관찰력을 가지고 꼼꼼하게 쓴 일기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오키(靑木) 씨의 일기가 바로 그러하다.

<x월 x일 흐림>
처음으로 입관을 했다. 처음부터 운이 나빴다. 덩치가 크고 건장한 시신인데 몹시 경직되어 있었다. 땀만 뻘뻘 흘렸고 2시간이나 걸렸다. 어쨌든 너무 긴장했고 지쳤다.
<x월 x일 흐리고 이따금 맑음>
오늘은 세 건이나 입관하여 피곤하다. 세 번째 상갓집에 도착한 시간이 너무 늦어져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 '납관부'라는 소리를 들었다. 왠지 기분이 나빴다. '납관부'라는 말은 백과사전에도 없었다.
<x월 x일 진눈깨비>
 숙부가 찾아왔다. 가문의 수치라며 나무랬다. 당장 때려치우지 않으면 인연을 끊겠다고 선언한 뒤 돌아갔다. 주먹을 휘두르고 싶었다. 아내도 그만두라고 졸랐다. 여기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때 쯤 이면 그만두어야 할 것인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도대체 왜들 이토록 싫어하는 것일까?

 신문과 잡지에서 이 책에 대한 기사를 연이어 다루는 바람에 판(版)을 거듭했다. 여기저기서 강연 요청도 쇄도했다. 작가는 졸지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수입도 늘어났고 생활도 안정되었다. 아이가 태어나 분유를 살돈이 없었던 응어리·좌절·절망 끝에 허무의 거리를 헤매던 자포자기의 시절을 생각하면 놀랄만한 일이다. 하지만 사회에서 납관부 일을 비천한 직업이라고 여기는 풍토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가 평생을 두고 잊을 수 없는 일이 하나 있다고 했다. 아내가 잠자리를 거절하며 "더러워, 가까이 오지 마!"라고 했을 때란다. 아오키(靑木) 씨는 그 순간 날카로운 칼로 푹 찔린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참고 묵묵히 일했으며, 그러한 사실을 한 권의 책으로 진솔하게 엮어내었다.

어느덧 독서의 계절,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다. 독서는 왜 하는 것일까? 신동기 선생의 <독서의 이유>라는 책에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 있다.
"개인의 정신적·물질적 삶을 향상시키고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데 있어서 독서는 필수적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가 국가의 부강까지는 아닐지라도 개인의 정신적 삶을 살찌게 하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한 권의 책에 인생의 진리가 듬뿍 들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