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축에 의해서 세계가 변화될 수 있다고 늘 생각합니다....실제로 이는 유토피아의 차원에 속하는 것입니다. 유토피아적인 건축은 결국 실현된 건축이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랑스의 '장 누벨'이 쓴 '건축과 철학'이라는 책에 들어있는 글이다. 또한 '장 누벨'은 '도시의 변화는 숙명적이고 자동적이며 필연적'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지금 우리는 새로운 건축물을 생성해서 도시의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새로운 건축물의 창조는 미래도시의 기틀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며칠 전 일본에서 '장 누벨'의 말에 딱 들어맞는 건축물 하나를 발견했다. 기타규슈(北九州) 시(市)에 있는 '리버 워크(River Walk)'라는 상업시설이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도 아파트나 상업시설에 영어 이름을 붙이는 것이 유행이지만, 건물의 컨셉에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리버 워크'는 주변 환경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이 '리버 워크'는 강을 따라 걸어보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역사 위에 적절하게 얹혀놓았다.
 이 상업 시설이 들어서기 전은 백화점의 창고와 오래된 사무실, 개인 병원들이 흉물스럽게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현대적인 쇼핑몰, 백화점, 미술관, 방송국, 신문사들이 형형색색 자태를 뽐내고 있다. 도시의 생성을 새로이 하여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인구 100만 명을 밑도는 도시에 연간 1,000만 명이 드나든다고 했다. 특히 '리버 워크'는 접근로가 사통오달이었다. 

 필자는 성문(城門)을 통과하여 공원으로 들어갔다. 예로부터 내려온 발자취를 그대로 간직한 고쿠라(小倉) 성(城)을 지나자 아름드리 수풀사이로 노랑 · 빨강 · 파랑 건물들이 속속 눈에 들어왔다. 공원에는 유명한 서예가의 일필휘지가 돌비석에 새겨져 있었고, 신사(神社) 입구에는 역사적 유물들도 즐비했다. 성의 해자(城壕)를 지나자 바로 쇼핑몰로 연결되었다. 필자는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를 지나 현대에 도달한 기분이었다.

상업시설이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발상이 참으로 기묘했다. 우리나라 보다는 기온이 높아 구슬땀을 흘렸으나 공원의 시원한 바람이 건물 내부로 이어졌고 눈부신 태양도 건물사이를 비추고 있었다. 유명 디벨로퍼 '도 겐이치(藤 賢一, 60세)' 씨가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던 살아있는 건물의 표상이었다.
 이를 기획한 '도 겐이치(藤 賢一)' 씨는 "건물은 살아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건물 내부에도 물, 바람, 햇빛이 들어오도록 하는 것입니다. 건축물은 독야청청이 아닌 주변과의 융합이 가장 중요합니다"고 했다. 하나의 건축물을 뛰어넘어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키는 설계를 했던 것이다.

 이 기타규슈 (北九州) 시(市)는 옛날의 성(城)터이자 교통의 요충지인 고쿠라(小倉)와 간몬해협(?門海?)에 접해 있는 혼슈와 터널로 연결되는 모지(門司), 공업 도시인 도바타(?畑)와 야하타(八幡), 그리고 석탄 수출로 번창했던 항만 도시 와카마쓰(若松市) 등 다섯 개의 시(市)가 통합해서 탄생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리버워크(River Walk)' 생성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한 연유로 하여 건물을 다섯 개 동으로 분리했고, 건물마다 색깔을 달리하면서 조화를 이루도록 했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하나하나 모아져 기타규슈 (北九州) 시(市)가 미래지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석탄과 제철, 그리고 2차 대전 당시 병기제조창이 있었던 공업도시 기타규슈는 오랫동안 공해문제로 시달리기도 했다. 그 후 시(市) 관계자와 시민들의 꾸준한 노력에 의해 공해문제를 극복한 것은 물론 UN 등으로부터 세 번이나 표창을 받은 바 있다.
 필자는 '도 겐이치(藤 賢一)' 씨와 강변을 거닐었다. 말 그대로 '리버 워킹(River Walking)'를 한 것이다.  '리버 워크(River Walk)'의 강물은 찬란한 태양 빛을 받으며 소리 없이 흐르고 있었다. 과거 ·현재 · 미래를 싣고 유유히 바다로 떠내려가리라.

한국에 자주 오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맨션이나 건축물들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진화되었습니다. 내부 인터리어나 건축자재들은 일본보다 더 우수합니다. 그러나 주변과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이제 우리도 주변과의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을 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