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종종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하지만, 지난 17일 미국에서 벌어진 PGA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누르고 역전 우승한 '바람의 아들' 양용은(梁容銀) 선수의 쾌거는 말 그대로 감동의 드라마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친구의 소개로 골프장에서 공을 줍는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골프와의 첫 인연이었고, 제주의 오라골프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프로선수들의 동작을 어깨너머로 익혔다는 그는 '바람의 아들'을 넘어 '전설의 아들'이 되었다. 굴착기를 배우라는 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건설회사에 들어갔으나 사고로 한쪽 무릎을 다쳐 회사를 그만 두었고, 군 제대 후 골프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운명적이다. 아무튼, 그는 아시아 남자 골프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기록을 세웠고 PGA의 스타이자 영웅으로 등극했다.

 "좁은 곳에서 확산된 것은 더 큰 공간을 요구하므로 바람이 일어난다"는 선인(先人)의 말처럼 그의 바람은 골프장을 넘어 야구장까지 확대되었다. 다음 달 11일 열리는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홈경기에서 시구(始球)를 한다는 소식이다. 달라진 그의 위상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담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닐 것이다. 그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픔과 눈물이 있었을까?

 우승 후 감격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시구(詩句)가 생각났다.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양용은 선수 스스로 고통과 상처를 딛고 일어선 자기극복과 자기완성이 있었을 것이다.

 양(梁) 선수의 감동에 한 달 앞서 또 하나의 감동스토리가 있었다. 60세의 노병 톰 왓슨(Tom Watson)이 '2009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 여부와 관계없이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우승자 싱크가 '조언자에 불과하다'고 말 할 정도로 사람들의 이목은 왓슨에게 쏠렸다. 그는 메이저대회 8승, 시니어 메이저대회 5승, PGA 투어 39승, 시니어 투어 12승 등 화려한 우승 경력이 있기도 하지만, 60세의 나이와 따뜻한 마음 · 온화한 미소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에게는 항상 영광의 나날뿐이었을까? 아픔의 순간도 많았을 것이다.
"당신의 골프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이 언제였습니까?" 왓슨의 대답은 의외였다.

"세계 골프 대회 때 사인해 달라고 조르는 소년을 무시한 채 로커 룸에서 빠져나갔을 때입니다. 그 때 소년의 아버지가 뒤쫓아 와서 저의 등을 두드렸습니다."
"왓슨 씨! 당신은 형편없는 사람이오. 내 아들은 당신의 열렬한 팬이란 말이오."
 골프 전문기자 '제임스 도드슨'이 쓴 '마지막 라운드(Final Rounds)'라는 책의 머리말에 들어 있는 글이다. '제임스 도드슨'은 왓슨의 말을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왓슨의 심경을 대신해서 토로했다.

<골프는 명예를 가장 중시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그 신념과 반대되는 행동을 저질렀기 때문에 괴로웠던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스타들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왓슨은 그 날의 작은 일을 아주 크게 담고 있다.
왓슨은 미주리의 자연 속에서 자랐고, 스탠퍼드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가 숨 가쁜 승부를 펼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은 것은 이러한 요소들이 그의 마음에 깔려있기 때문이란다.

 심리학자 크리스 라반(Chris Ravan)은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을 눈으로 볼 수 있는 학문'이라고 했다. 심리학을 전공한 톰 왓슨(Tom Watson)이 어린 소년의 마음을 눈으로 보지 못했던 것을 크게 후회하는 것 같다.
"지금도 미안한 마음을 버릴 수가 없어요." 톰 왓슨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최악의 상처다. 이 또한 우승의 영광에 버금가는 '감동의 드라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