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그리스 지중해의 외딴 섬……젊은 시절 꿈 많던 아마추어 그룹 리드싱어였으나 작은 모텔의 여주인이 된 도나(Donna)와 그녀의 스무 살 난 딸 소피(Sophie)가 주인공이다. 소피는 약혼자 스카이(Sky)와의 결혼을 앞두고 아버지를 찾고 싶던 중 어머니가 처녀시절 쓴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는 세 명의 남자, 샘(Sam Carmichael), 빌(Bill Austin), 해리(Harry Bright)에게 어머니의 이름으로 초청장을 보낸다..........>

세계를 뒤흔든 이 '맘마미아'는 국내에서도 650여 회를 공연하며 관객 1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는 뮤지컬이다. '맘마미아'의 성공 요인은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스웨덴 출신의 혼성 4인조 팝그룹인 아바(ABBA)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본 자민당의 중진인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70세 ) 의원이 얼마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아바(ABBA)를 거론하여 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물론 뮤지컬의 음악이야기가 아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면서 정권이 붕괴 위기에 봉착한 것을 빗대서 한말이다.
"자민당 내에 탁월한 인물은 없지만 어느 누구라도 아소 총리보다는 낫다. 아바(ABBA) 즉, 'Anybody is better than Aso'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민당이 살 길이다." 아바(ABBA)에 대한 가토(加藤) 의원의 설명이 참으로 재미있다.

 아베(安倍) · 후쿠다(福田) · 아소(麻生) 총리는 2대, 3대에 걸친 총리 집안 출신으로서 최근 들어 ‘총리의 세습’이라고 하는 문제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은 좋았으나 의지가 약하고 어설프다는 것이다.  급기야 아소(麻生) 총리에게 더 큰 시련이 닥쳤다. 지난 12일 실시된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참패했기 때문이다. 총 127석 중 38석이라는 의석수는 야당인 민주당의 54석에 비해 너무나 초라하다. 야당인 민주당은 '100년 만의 정권 교체'라는 꿈에 부풀었고, 자민당 내부에서는 아바(ABBA)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우리의 귀에도 낯설지 않은 일본어 중에 '시로도'라는 말이 있다. 일처리를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 말의 정확한 발음은 '시로우토'이고, 한자로는 소인(素人)으로 표기한다. 경험이 없는 사람, 비전문가, 문외한, 아마추어가 모두 시로우토(素人)에 해당된다.
 보수적인 일본의 정치판에 이러한 시로우토(素人)들이 줄줄이 당선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달 14일 일본 치바시(千葉市) 시장 선거에서 30대 초반의 전국 최연소 시장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무소속의 31세 '구마가이 도시히토(熊谷俊人)' 씨다. 고베 출신으로 한신 대지진에서 피해를 입기도 했던 그는 와세다 대학 졸업 후 일본의 통신업체인 NTT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2007년 치바시(千葉市) 의회의원 선거에 당선되어 정치에 발을 내디딘 정치 초년병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도 시즈오카에서 37세의 '와카바야시 요우헤이(若林洋平)' 후보가 67세의 현직시장과의 경선에서 승리했다. 그 역시 정치 경험이 없는 병원의 사무장 출신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1년간 30대 시장이 10명이나 탄생했다. 이들이 내세운 슬로건은 한결같이 '변화'다. 그동안 정치 경험이 없는 정치인들이 활약상이 돋보인 것도 이들이 성공한 이유 중의 하나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불신감이 팽배한 정치판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기성 정치인들은 신인들을 '시로우토(素人)'라고 비하하고 있으나, 유권자들의 반응은 판이하게 다르다. 오히려 '신인은 안 된다'는 발상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라고 못을 박는다.

"낡은 가치는 철저히 파괴한다"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1534-1582)의 말이 새롭게 부각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