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아랍사람들은 1970년대 이후 우리 건설 근로자들의 성실과 근면성을 신화처럼 기억하고 있다. 대학과 관공서, 고속도로와 발전소 등 한국 기업들이 이룬 국가적 상징물들을 보면서 오늘도 그들은 한국을 기억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산 전자제품과 휴대폰 자동차들을 오히려 일본제품을 앞질러 선호하는 경향이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한양대 이희수교수는 '중동-회교문화의 이해와 한국'에서 중동-아랍사람들이 한국 근로자와 한국 제품에 대해 얼마나 선호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했다.
 실제로 필자가 리비아에 근무하던 80년대의 중동지역은 황금알을 낳는 보고(寶庫)이었으며, 우리 근로자들의 일터이기도 했다. 이희수 교수의 분석처럼 중동 사람들은 아직도 한국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동안 중동시장이 잊혀 지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 일감이 늘어나면서 한국 건설업체들부터 낭보가 날아들고 있다.

 지난 15일 현대건설, GS건설, 현대중공업 등 3개 회사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49억 달러(6조 2000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들 회사는 아부다비 가스회사(GASCO)가 발주한 아부다비통합 가스개발 시설공사 5개 공구 중 3개 공구를 따낸 것이다. 이번의 쾌거는 종래의 건설공사 형태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아파트, 학교, 고속도로 등 단순 토목·건축이 아닌 천연 휘발유 저장시설과 폐수처리 시설 등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라는 점이다. 이러한 대형 플랜트 공사는 그동안 미국· 독일 · 일본 등 기술이 앞선 선진국이 독점 했고, 우리 건설업체는 단순 인프라(infra) 공사에 만족해야 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한 배경에는 우리 업체들의 엔지니어링 능력(Engineering)이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는 시공능력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엔지니어링 능력이 없으면, 하늘의 별따기다. 쳐다만 볼뿐 도저히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엔지니어링이라는 용어는 기술 · 사업 분야에 따라 여러 가지의 의미로 쓰이나, 사람 · 재료 · 설비 · 기계 등이 통합된 시스템을 대상으로 하여 설계·요소조달 ·   공사운용을 수행하는 경우에 생기는 결과가 주어진 여러 가지 목적에 대하여 최적의 형태로 실현되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엔지니어링이란 여러 분야에 걸친 '인간의 지식'을 결집하고 통합하여 과제를 달성하는 과학기술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세계 건설 시장은 엔지니어링 기업의 역할이 날로 중요시되고 있는 상황을 맞고 있다는 것을 건설 업체들은 깊이 인식해야 한다.  예를들어, 주택이나 아파트 분양에만 매달리는 건설업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해외건설 시장에서 더욱 절실하다. 그동안 내세웠던 한국인의 근성과 저돌적인 행동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엔지니어링 기업이란 어떤 업체를 말하는 것일까? 발주자(고객)의 요구에 따라 플랜트 또는 시설의 설계, 조달, 제작, 건설, 시운전 등 모든 프로세스(process) 또는 일부를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을 말한다(일본 엔지니어링 협회).

아무튼, 중동으로부터의 낭보는 우리 건설사들의 실력이 중동시장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낭보는 시작에 불과하다. 모든 과정에 대해 '인간의 지식'을 결집하여 공사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제반 문제점을 예견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중동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살아남는 상징물을 건설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