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세라핀 천사에게로 날마다 떠오르는/ 그 저주(詛呪)의 파도를 대체 하나님은 어떻게 주재하시는 것일까?/ 고기와 술로 포식하는 폭군처럼/ 그는 우리의 끔찍한 오욕의 아늑한 소음사이에서 잠드셨네."

 보들레르의 <악의 꽃>에 수록된 시 '성 베드로의 부인(否認)'의 일부다. 저주(詛呪)는 미운사람을 응징하고 심지어 죽음에까지 내몰 수 있다고 믿는 주술적 행위나 언어이다. 이 저주(詛呪)는 당사자에게만 그치지 않고 생활공동체 모두에게 그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저주가 당대를 넘어 후대에까지 미칠 만큼 오래 간다는 설도 있다. 생각만으로도 곤혹스러운 일이다.

 1992년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Richard H. Thaler)가 쓴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에는 주류 경제학의 이론으로서는 설명될 수 없는 패러독스(逆說)와 이상현상(異常現象)들이 제시되어 있다.

"경매에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사람들은 대부분 입찰가를 올려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경매에서 이기고서도 적자를 보게 된다. 이것이 바로 그 무섭다는 승자의 저주다."

 '승자의 저주'는 기업의 M&A(Merger and Acquisitions)에서 승자가 되기 위하여 너무 높은 가격을 쓴 나머지 승자가 되는 순간부터 적자에 허덕이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경쟁자가 많은 경매에서는 때때로 승자가 패배자가 된다는 것이다.

2005년 말부터 추진된 건설업계 1위인 대우건설의 매각에는 10개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하여 여름 불볕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인수전을 치러야 했다. 불꽃 튀기는 경쟁 속에서 6조4255억 원(지분 72.1%)을 썼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구 대우그룹의 상징으로 일컫는 서울역 앞 대우빌딩에 승리의 깃발을 꼽았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승리의 기쁨에 도취할 여유도 없었다. 경영 프리미엄까지 얹혀서 과도한 금액을 써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급기야 18개 금융기관들로부터 3조5000억 원을 차입해야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의 주가가 떨어져도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풋백옵션(put back option)도 저주를 불렀다. 이런저런 상황들이 모아져 대우건설의 M&A에 성공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오히려 유동성 위기에 몰리어 '승자의 저주'를 받은 셈이다. 

기업의 인수·합병을 총칭하는 M&A에는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신규 사업 진출, 기업 그룹의 재편, 업무제휴, 경영 개선 등을 통한 기업의 구제(救濟)를 위해서 시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 M&A는 넓은 의미에서는 포괄적인 업무제휴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도 포함된다. 그런데, 이러한 M&A가 단순히 기업의 몸집불리기를 위하는 것이라면 실패하기 쉽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후 대한통운까지 사들여 재계 순위가 3계단이나 뛰어 8위에 올랐으나, 무리한 인수·합병이 독이 되어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기업경영에서 '승리의 저주'를 피해가는 방법은 없을까? 그것은 무분별한 입찰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책에서 "승자에게 가해진 저주를 피할 수 있는 길은 경매자가 많을 때는 보다 보수적으로 입찰에 임해야 한다. 우리의 직관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것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길이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공통가치 경매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하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경매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공세적으로 입찰가격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세적인 입찰가격 제시는 다른 각도에서 보면 물건의 가치에 대해 과대평가를 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그의 주장처럼 모든 경매 참가자들이 합리적이라면 승자의 저주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승자에게 내려진 저주는 일종의 이상현상(異常現狀)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경제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어려운 국면에 처해있다. 어려울수록 국가·기업은 물론 개인의 삶도 이상현상(異常現狀)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