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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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의 조건

2009년 05월 18일 (월) 10:53:16

김익종 편집국장

renews@renews.co.kr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인천 청라에 이어 송도까지 신규 분양이 줄줄이 성공했다. 청약경쟁률이 60대 1에 육박한 곳까지 나타났다. 강남 집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 가격을 회복했다. 강남은 대한민국 집값의 풍향계다. 당연 버블세븐도 가격이 덩달아 올랐다. 분당과 과천 등 수도권도 가파르게 가격을 회복중이다.
분위기로만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급기야 정부는 “부동산 투기는 반드시 막을 것”이라며 최근 상황에 대한 경고를 시장에 보냈다. 투기세력이 부동산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수요자들의 마음이 급해졌다. 부동산 시장이 이처럼 빨리 회복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올초만해도 부동산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러다 집값이 급등해 내집마련의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 아니냐는 조바심이 묻어난다.

“대출을 최대한 받아서라도 아파트를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연일 견본주택에 밀려드는 인파를 보며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은 결과다. 부동산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과연 부동산 버블이 발생할까. 지금이라도 부동산을 구매해야 할까. 확실한 답은 없다. 하지만 버블에는 조건이 있다. 유동성과 실물경기 회복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유동성이 움직이는 시장이라는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 한다.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풀어낸 자금이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자금의 일부가 증시와 부동산으로 흡수되면서 최근 부동산과 증시의 상승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유동성이 풍부해졌다는 점에서 부동산 버블은 설득력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물경기 회복이라는 부분에 가면 고개가 갸우뚱 거려진다. 물론 국내 기업들이 1분기에 빼어난 실적을 기록하며 경상수지 흑자를 이끌어냈지만, 이것만으로 실물경기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 수출비중은 높은 우리나라 경제 구조상 고환율을 덕을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물경기 회복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시장에 계속 내보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계속되고 본격적인 실물경기 회복의 신호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기업들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불황기에 산업구조를 재편하지 않으면 위기 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 과정에서 실업자 양산은 불보듯하다. 우리나라는 실업자 100만 시대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실업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실물경기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올해 5~10% 가량의 부동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경제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

사실 버블세븐과 수도권 유망지역을 제외한 부동산 시장은 아직도 한 겨울이다. 대구의 경우 2만가의 미분양이 주택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지방의 주요도시들도 대동소이한 상황이다.

최근의 현상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국지적인 현상일 뿐이다. 이마저도 경기상황에 따라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 아직 부동산 버블의 완벽한 조건을 갖추기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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