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장상인

시간의 흐름이 빨라지는 것일까? 계절의 변화가 경주 차(車)처럼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푸르름의 계절 5월인가 싶더니 어느새 여름이 다가온 듯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상 기후는 우리나라도 지구 온난화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어찌했던, 여름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빠른 걸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여름은 동심의 계절이자, 강(江)의 계절이다"는 말이 있다. 어린 시절 시원한 강가에서 물장구치며 놀던 추억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강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시인 고은은 "강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다"고 했고, 이육사는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고 했으며, 정희성 시인은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아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고 했다.

 또한, 문학 평론가 김재홍 교수는 "강물은 시인의 마음으로 굽이치며, 철학자의 가슴으로 흘러가면서 사랑과 삶의 법칙과 역사의 흐름을 조용조용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건설업계의 강물은 오늘날 어떠한 모습으로 흘러가는 것일까? 필자가 말하는 '건설업계의 강물'은 2008년 하반기부터 현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정비 사업을 지칭하는 것이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지난 해 말 착공식에서 "4대강 정비 사업은 단순한 건설공사가 아니라 경제를 살리고 국가의 균형발전을 촉진하며, 환경을 복원하고 문화를 꽃피우는 한국형 뉴딜사업"이라고 강조 했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고구려 · 백제 · 신라 등 역사와 문화의 발상지였던 강을 되살려서 국운을 다시 세워보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4대강 정비 사업은 깊은 늪에 빠져 있는 건설경기를 부양시키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지만, 투입되는 건설비용도 과히 매머드 급이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에 2012년 까지 총 14조원을 투입하는 거대 사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4대강 정비 사업은 공사 내용도 친환경적이다. 노후 제방 보강과 하천 생태계 복원, 중소 규모 댐 및 홍수 조절지 건설, 친환경 보(洑) 건설, 자전거도로 건설 등으로 되어있다. 이 정도라면 시인의 말처럼 '강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다'고 해도 손색이 없다.

 굳이 시인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이러한 공사가 정부의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다. 홍수 예방은 물론이고 지구 온난화 해소에 기여하며, 하천의 수질 개선을 도모함과 동시에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있어서도 엄청난 효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수치적으로 보면 기대치가 더욱 높아진다. 19만개의 일자리 창출과 23조원의 경제 살리기 효과가 기대된다는 측면에서다. 그런데, 이처럼 눈부신 한국형 뉴딜정책을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시민단체들은 "4대강 정비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를 이름만 바꿔서 재등장시킨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하천을 살리는 것도 홍수와 가뭄 대비책도 아닌 대형 토목 공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별 설명회에 참석한 현지의 주민들도 '밀어 붙이기 식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그리 복잡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사전에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해 충분한 설명 없이 서둘러서 첫 삽을 떴다는데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국민들이 정부의 원대한 계획을 몰라준다고 원망만 하지 말고, 대국민 홍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진솔하게 추진해야 한다. '강변에 나아가 삽을 씻으며, 국민들의 오해를 퍼다 버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4대강 정비는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 너무나 소중하고 중요한 사업이다. 조용조용 흐르고 있는 강물은 역사의 흐름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고 하지 않는가. 강물이 조용히 흐르면서도 우리의 내홍(內訌)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