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들어 5일간 이어진 징검다리 황금연휴 동안 우리경제는 오랜만에 활기가 넘쳤다. 주요 백화점 매출이 연휴 5일동안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안팎으로 늘어났으며 행락지 주변의 편의점은 30~40% 이상 판매가 증가했다. 어린이날 나들이와 어버이날 선물수요에다 일본의 골든위크까지 맞물려 북새통을 이뤘기 때문인데, 이쯤되면 경기회복이 아니라 일시적이지만 ‘활황’에 더 가까웠다.

아파트 분양시장도 오랜만에 들썩였다. 썰렁해진 아파트 견본주택에 줄지어선 모습이 등장했는가 하면 분양권에도 프리미엄이 붙는 현상이 나타났다. 올상반기에 1만 가구 이상 분양예정이어서 공급과잉이 우려됐던 인천 청라지구는 연휴 마지막날인 5일 하루에만 2만명 가까이 방문객이 몰려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6일 실시된 청라지구 한화 꿈에그린 아파트 1순위 청약접수 결과 1142가구(특별공급분 제외) 모집에 8412명이 접수해 7.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격이 낮아지고 전매기간은 짧아지고 양도세 면제라는 호재가 현실로 나타난 듯하다.

IMF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에 직면한 우리경제에 나타난 이러한 현상은 왜 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유동성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풀어제친 돈이 근본 이유이다. 재정지출의 경우 3월말까지 원래 계획보다 10% 더 많은 84조원에 달한다. 요즘 자동차를 몰고가다보면 ‘공사중’이라는 팻말과 더불어 때아닌 정체가 곳곳에서 나타나는 것만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달부터는 수퍼추경으로 28조원이 시중에 풀려나갈 예정이다.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9월 5.25%에서 2%까지 떨어졌다. 저금리에 풍부한 유동성, 거품빠진 가격, 그리고 상승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부동산시장은 바닥쳤다는 착각을 들게한다.

부동산시장이 저점을 지나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많아지고 있다. 관련지표들도 이를 뒷받침해 설득력이 충분해 보인다. 그렇다면 실물경제는 어떤가.

지난 3월말 기준으로 공식 집계한 실업자수는 95만2000여명, 그리고 구직 단념자와 쉬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사실상의 실업자는 344만명에 이른다. 기업 연체율은 지난해 3월 1.16%에서 1년만에 2.04%로 치솟았다. 가계 빚은 올 2월 현재 515조5000억원으로 1년동안 38조6000억원이 불어났다. 올들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보인 깜짝실적도 IMF때와 같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나 생산성 향상이라기 보다는 환율 효과와 허리띠 졸라매기의 결과이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하반기 최악의 상황을 준비하는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실물경제의 불안감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환율하락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지금의 부동산 착시는 일시 회복하다가 다시 침체하는 더블딥(Double-dip)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